지난 8월 초 개설된 인터넷 쇼핑몰에는 나이키 등 유명 상표의 신발과 옷가지 등이 싼값에 나왔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위쪽에 뜨는 쇼핑몰이었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가격에 소비자들은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물건이 배달되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았다. 당초 친절하게 문의전화도 받고 군말 없이 교환·반품·환불을 해주던 쇼핑몰이었다. 망한 걸까. 아니다. 애초 소비자를 등칠 요량으로 만든 거짓 쇼핑몰이었다. 이 사기극을 벌인 조선족 박모(41)씨 등은 쇼핑몰이 인터넷에서 잘 검색되도록 900여만원을 주고 광고 사이트 등에 홍보까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8월 18일부터 한 달간 583명에게 약 7100만원을 대포통장으로 받아 챙겼다.
경찰이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집중단속을 벌여 적발한 인터넷 사기는 6037건이나 된다. 피해액은 286억6600만원으로 건당 475만원꼴이다. 이 중 피해자에게 환급된 건 아직 4억4000여만원 정도다.
가장 많은 유형은 직거래와 쇼핑몰을 이용한 물품 사기로 81.6%(4929건)를 차지했다. 중고품 거래 사이트 등에 물건을 팔 것처럼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직거래 사기가 489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에서 체포된 임모(19)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유명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 등을 판다고 속였다. 85명에게 받아 챙긴 돈이 약 1800만원이었다.
쇼핑몰 사기는 38건으로 적지만 건당 피해액이 1974만원으로 직거래 사기(건당 186만원)의 10배가 넘었다. 번듯한 사이트를 만들어 범행 대상을 조직적으로 유인한 탓이다. 물품 사기사건에서 피해 물품은 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제품이 35.7%로 가장 많았고 미용·화장품(13%), 여행·스포츠용품(5.3%), 유아용품(2.8%) 등이 뒤를 이었다.
물품 사기에 이은 인터넷 사기 유형은 대포통장 매매(522건), 게임 사기(376건), 메신저 사기(105건) 순이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겠다고 속여 6200만원가량을 챙긴 임모(24)씨가 붙잡혀 구속됐다. 임씨는 피해자 100여명에게 위조한 은행 입출금 내역을 보내주고 받은 게임 아이템을 중개업체에 되팔았다.
이런 사기 피의자는 10대와 20대가 82.2%로 대부분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86.4%였다. 이들은 신용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임시번호로 된 연락처를 사용했다. 중고품 거래 사이트와 소셜커머스 등에서 과대광고를 하며 피해자를 끌어 모았다. 결찰은 5405명을 적발해 208명을 구속했다.
피해자들은 게시 사진 등에 혹해 충동구매를 하거나 급한 마음에 정식 구매경로가 아닌 직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장은 7일 “너무 싼 가격에 파는 경우, 선착순·공동구매 같은 사행성 판매방식, 일반 쇼핑몰보다 배송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긴 경우 등을 조심해야 한다”며 “현금 결제만 유도하는 경우 거래를 자제하고 사업자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싼값에 혹해 산 유명 의류 그러나 배달되지 않았다
입력 2014-11-08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