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앞두고 일명 ‘뽁뽁이’(보온필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원료를 공급하는 화학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성장 중인 보온필름 시장은 다양한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제품이 쏟아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투명한 보온필름을 잘라서 테이프로 창문에 붙였던 것에서 뽀로로 헬로키티 등 캐릭터를 입힌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고, 일부 유통업체는 PB상품도 내놓고 있다. 테이프 없이 분무기로 물만 뿌려주면 창문에 밀착되는 제품 등 성능을 개선한 제품도 인기다.
보온필름 제품은 포장재 및 보온시트 용도로 사용돼 오다가 2012년 방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며 수요가 급속히 확산됐다. 보온필름을 연간 600여t 생산하는 기업 ‘일석’은 지난해 겨울을 앞두고 급증한 보온필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물건을 만들어 팔지 못했다. 보온필름의 주 원료인 폴리에틸렌이 일찌감치 바닥난 것이다.
올해에는 지난 9월부터 폴리에틸렌을 확보했다. 일석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서 보온필름값에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올해는 이미 전년 대비 폴리에틸렌을 5배 정도 많은 원료를 확보해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온필름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은 원유의 나프타에서 추출한 에틸렌 가스의 화학적 결합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이중 밀도가 낮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등으로 만든다. 시장 규모는 2011년까지 매년 1만t 안팎이었다. 그러나 이후 수요가 확산되며 2012년 시장 규모는 1만3000t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2만t이 넘었다. 석유화학 제품이 경기 불황으로 내수 침체 늪에 빠져 있는데 폴리에틸렌 제품은 거의 유일하게 판매가 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케미컬에 따르면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인 11, 12월의 연간 판매량 추이를 보면 2012년에 비해 2013년은 무려 235%가 증가했다. 또 지난해 물량을 다 대지 못한 가공업체들이 올해는 8∼9월부터 선구매를 시작해 올해 9월 판매량은 전년도 9월보다 40%나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폴리에틸렌 시장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하며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생산업체 증가와 과잉 공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단열은 물론 냉기 보호까지 가능한 단열필름의 기능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 여름철에도 단열필름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화케미컬 관계자는 “여름에 집안에서 에어컨을 켰을 때 보온필름을 창문에 붙여두면 냉기가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반대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열을 차단할 수 있다”며 “보온필름의 방열, 보냉 효과는 겨울철은 물론 여름에도 전기료를 아끼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뽁뽁이 덕에… 화학업체 “야호”
입력 2014-11-08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