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베풂의 특권

입력 2014-11-08 02:13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은 한국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월드비전의 역사는 설립자 밥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의 성취뿐만 아니라 역경에서 열매를 맺은 한국 그리스도인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그리스도인의 역사는 지금 세계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성령이 어떻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베풂은 부유함이 아닌 은혜의 결과입니다(1절). ‘자선(charity)’이란 말은 ‘은혜’란 단어에서 왔습니다. 은혜는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가능케 합니다. 흔히 넉넉히 베푸는 것은 가진 게 넘쳐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쁨은 고통 중에도 퍼져갈 수 있고, 베풂은 가난 한 가운데서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은혜의 놀라운 영향력입니다. 일단 은혜를 경험하면 거기에 하나님의 무한한 공급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부족함 없이 주고 또 줄 수 있습니다. 성령은 우리가 혹은 한국이 가진 것과 상관없이 넉넉히 베풀 수 있도록 함께 일해 주십니다. 그렇기에 경제 상황이 아주 어려울 때도 여전히 우리는 넉넉히 베풀 수 있습니다.

둘째, 은혜는 그리스도께 우리 스스로를 드릴 때에야 경험할 수 있습니다(5절). 우리는 평생 끊임없이 부와 명예, 야망, 자아실현 등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이에 헌신하라는 유혹을 받습니다. 월드비전 종사자의 경우 대중에게 기부를 권유하거나 가난한 어린이를 돌보는 일에 삶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유혹을 종종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내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의 은혜나 사랑을 충만하게 경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제가 국제월드비전에서 쓰나미 대응 담당자로 일할 때 태국 푸켓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타 구호단체들과 함께 집과 학교를 보수했습니다. 또 배와 그물을 새로 구입해 삶의 터전을 잃은 어부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모두가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마을의 지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태국월드비전 직원이 개종을 강요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을 지도자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다른 기관과 달리 월드비전 직원들은 우리 이름을 기억해 불러줄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 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을 알고자 했던 것뿐이지요.” 주님을 우선순위로 두고 헌신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음을 저는 이때 깨달았습니다.

셋째, 우리 자신을 주님께 헌신할 때 ‘은혜의 통로’로 살 수 있습니다(9절).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부하거나 모금할 때 하나님의 관대하고 넉넉한 성품대로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성품대로 넉넉히 베풀 때 우리는 온전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성령이 있을 때 우리는 이웃에게 관대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랑과 기쁨 그리고 기부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헌신할 때 비로소 이러한 성령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팀 디어본 목사(미국 풀러신학교 설교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