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쌀농가] 배추… 무… 양파… 채소값도 폭락

입력 2014-11-08 02:18

어려운 건 ‘쌀농사’만이 아니다. 유례없는 풍작으로 배추값이 폭락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확한 배추를 폐기처분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 양파 등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채소값 대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가을배추 5만t을 추가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자율 감축, 저급품 출하 억제, 산지 폐기 등으로 10만t을 폐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자 폐기물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1063원이었다. 1년 전 1169원보다 10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지난여름 예보에 가을 배추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을 배추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기후여건까지 좋았다. 올해 가을 고랭지 배추 생산량은 지난해 20만1000t보다 더 늘어난 21만1000t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년(18만3000t)보다 15%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무도 준고랭지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3일 기준 도매가격이 개당 656원으로 지난달 863원보다 크게 하락했다. 1년 전(925원)에 비하면 27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양파도 ‘하락 경계’ 단계로 전망됐다. 양파는 올해 159만t이 생산돼 지난해보다 30만t 이상 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건고추는 생산이 줄었는데도 김장철을 앞두고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량이 많은 식당이나 가공업체 등에서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데 그나마 국내산을 선호하는 일반 가정의 김장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추 등을 산지 폐기하는 농가에 대한 소득 지원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채소 수급 불일치와 가격 급등락 등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선채소는 워낙 유통구조가 복잡해 정부가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생산량 전망 등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