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사랑에 눈멀지 말고 주의 눈으로 보라

입력 2014-11-08 02:36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을 그린 그림이 예쁘다. 조심스럽게 서로 알아가는 두 사람. 서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밤새워 통화하고 오리배·자전거 타기, 우산 같이 쓰기 등을 하며 사랑을 키운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거라면 밤하늘의 별도 따줄 기세다. 그러나 그 연애 감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해만 쌓인 채 헤어진다. 이 커플은 그렇게 끝난 걸까.

이 책은 그림 속 커플처럼 아름다운 만남과 데이트를 꿈꾸는 미혼남녀에게 성경적 결혼관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연애 코치는 미국 웨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영성 계발을 가르치는 상담전문가 게리 토마스. 그는 오랜 세월 부부 회복을 위해 힘써왔다.

저자는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헛된 연애 감정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운명이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듯 ‘운명적인 반쪽’도 성경의 가르침은 아니란 거다. “결혼생활에는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그래서 가정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정체가 출현할 정도다. 그 가정의 기초는 바로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는 삶에 있다.”(317쪽) 즉 결혼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출발점이기에 분명 연애할 때도 하나님의 개입을 느낄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우리 뇌의 생리를 보면 연애 감정의 평균 수명은 2년이다. 하나님은 우리 뇌를 설계하실 때 결코 연애 감정이 평생 지속하지 않게 하셨다. 연애 감정이 계속되면 상대를 판단하는 자체가 흐려진다. 객관적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사귄 지 1년도 안 되어 약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맑은 정신으로 심사숙고할 것”을 충고한다. 하나님은 얼마든지 그런 능력을 주셨다.

그렇다면 크리스천 미혼남녀가 사랑을 시작할 때 꼭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영적으로 강건한 사람인지를 분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갑절로 힘들 수 있다. 함께 풍랑을 헤쳐나갈 만한 사람과 결혼해야 힘든 삶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순탄할 때만 잘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된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장애물 앞에서도 영적 소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문제의 조짐만 보여도 하나님을 싹 잊어버리고 불평하는 사람은 곤란하다.

또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이 사람이 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엄마(아빠)일까?”를 고려해야 한다. 배우자는 나와 평생 함께할 사람이기도 하지만 미래 내 아이의 부모가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경건한 엄마(아빠)를 만들어줘야 한다.

저자는 특히 여성들에게 확실한 성품을 지닌 남성을 만나라고 귀띔했다. 연애 감정이 사그라질 때 여성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것은 남성의 성품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여자는 군림형 남자에게 로맨틱한 사랑을 느낀다. 연애시절 남자의 카리스마에 반해 결혼했지만 평생 다정하지 못한 남편의 모습에 상처받을 수 있다. 지위 때문에 상대방의 됨됨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직함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사람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남자에게는 잠언 31장 말씀을 인용, 미색에 현혹되지 말 것을 충고한다. 남자는 대개 신체적 매력을 주는 여자에게 로맨틱한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변하는 게 있다면 외모다. 결혼이란 젊음을 함께 지키는 게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하나님께 이끌리는 경건한 여자, 덕 있는 여인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결혼을 했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은 천국 혹은 지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결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두 사람이 잘 만나면 하나님 나라의 일을 엄청나게 많이 이룰 수 있다. 그들은 협력하여 하나님 나라를 구하고, 의롭게 자라가며,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소명을 실현한다.”(319쪽) 크리스천 미혼남녀라면 이런 가정을 꿈꿔야 한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