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전국(戰國)을 통일하고 수도 셴양에 건립한 아방궁은 호화 건축물의 대명사로 불린다. 아방궁은 동서 500보(약 700m) 남북 50장(약 120m)에 이르는 2층 건물로 1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사기(史記)에 기록돼 있다. 초패왕 항우가 셴양을 함락하고 아방궁을 불태웠는데 3개월 동안 불길이 꺼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전 세계 궁전 중에서 명·청의 황제들이 기거했던 자금성이 가장 크다. 자금성은 길이 960m, 폭 750m, 72만㎡ 넓이에 건축면적만 15만㎡에 이르고 이 안에 8886개의 방이 있다. 화려하기로는 베르사유궁전이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왕이 곧 권력이었던 절대왕정 시대 군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백성이야 굶든 말든 자신이 머무는 궁전을 크고 호화롭게 꾸몄다.
21세기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터키 수도 앙카라 서쪽 삼림지역의 야트막한 언덕에 호화롭고 웅장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6억1500만 달러(약 6635억원)를 들여 건설 중인 터키 대통령궁이다. 대지 20만㎡에 1000여개의 방이 딸린 이 대통령궁은 백악관의 30배 규모다. 게다가 호사로움은 베르사유궁을 능가한다고 한다.
‘하얀 궁전(터키어 Ak Saray)’으로 불리는 터키 대통령궁은 엄청난 크기와 화려함으로 인해 성난 민중에게 처형된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체스크 대통령궁에 비견된다. 아크 사라이는 원래 총리 관저로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 대통령 집무실로 용도를 변경했다. 건설을 중단하라는 법원 판결과 국민의 거센 비난도 21세기 칼리프를 꿈꾸는 절대 권력자인 그에겐 마이동풍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다. 국가 지도자의 권위는 집무실 크기가 아니라 리더십에서 나온다는 것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21세기 아방궁 ‘아크 사라이’
입력 2014-11-0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