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가 ‘멍 때리기 대회’라는 이색 제목을 보게 되었다. 누가 이런 신선한 발상을 했는지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이 대회는 세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앉아 ‘누가 더 멍을 잘 때리는지’ 겨루는 대회다. 심사 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장 정적인 상태로 있으면 된다. 심박측정기에서 심박수가 가장 안정적으로 나온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다. 이 대회의 취지는 빠른 속도와 경쟁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대회를 만든 사람들은 아마 ‘번아웃 신드롬’에 걸려본 사람들일 것 같다.
번아웃 신드롬은 뇌의 피로증이다. 뇌가 쉴 틈을 주지 않아 뇌 소진이 오는 것이다. 멈춰서는 안 된다는 스트레스 사회의 강박관념이 마음을 지치게 하고 우울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 열심히’를 표어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번아웃 신드롬에 걸릴 확률이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뇌를 너무 많이 돌리고 조정해서 번아웃 신드롬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멍 때리기 대회’에 공감했던 이유는 종종 번아웃 신드롬 때문에 고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머리가 아파서 지인인 의사를 찾아갔다가 ‘제발 일 좀 줄이고 자신의 몸도 좀 섬기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신경을 쓰는 일 그만하고 쉬라’는 처방이었다.
결국은 뇌가 번아웃되었으니 멍 때리고 살라는 것이다. 그동안 참 멍 때리는 시간이 부족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즈음이므로 ‘멍 때리기 대회’에 참석해 보고 싶을 만큼 흥미가 발동한다. 그러나 세 시간은커녕 삼십분도 멍 때리고 앉아 있지 못할 것 같다. ‘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는 아홉 살 초등학생이다. 그야 어른들은 머리를 굴리는 데 가속도가 붙어 우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가진 것 없어도 걱정이 없고 지난날을 우울해하지도 않고 앞날을 불안해하지도 않고 경쟁에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지도 않는다. 뇌를 마음껏 놀게 한다. 때로 어린아이에게 ‘멍 때리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멍 때리며 살기
입력 2014-11-08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