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백지 구형’을 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어기고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데 대해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6일 임은정(40·여·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검사가 “정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백지 구형은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적법한 의견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유무죄 여부와 형량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의무가 있는데 백지 구형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다. 백지 구형은 검찰이 결심 공판에서 구체적 형량을 밝히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구형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관례적으로 백지 구형 방침을 유지해 왔다.
재판부는 임 검사가 무죄 구형 후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도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글의 수위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고 검사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임 검사가 무죄 구형 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은 것은 징계사유라고 봤다. 이런 사유로 정직 4개월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소속이던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2월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1심은 임 검사의 무죄 구형 행위 자체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 수위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과거사 재심 ‘백지 구형’ 적법하지 않다”
입력 2014-11-07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