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간에 복지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요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재원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보육(누리과정), 무상급식, 기초연금 등 굵직굵직한 복지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재정 추산과 주체별 재원 분담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사업비는 지출해야 하는데 돈은 없으니 서로 상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게 사태의 본질이다.
◇무상보육=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부터 0∼5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됐다. 0∼2세 영유아 보육비는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6.5대 3.5(서울은 3.5대 6.5)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만 3∼5세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누리과정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국·시·구비로 충당하고 있다.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전체 지자체의 2013년 보육비 부담은 3조6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5조원을 부담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경우 지난해 0∼2세 보육비 7130억원 중 3960억원과 누리과정 만 3세 보육비 3690억원 중 387억원을 부담했다. 0∼5세 양육수당으로 2184억원도 별도로 지원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고 누리과정 재정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년도 전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국·시·구비로 일부 충당했던 만 3세 누리과정 예산도 교육청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하겠다고 한 시·도교육청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급식비를 예산으로 무상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 야권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무상급식비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분담하고 있다. 서울은 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자치구가 20%를 나눠 내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재정 부담은 1조4497억원으로 추산된다. 2010년 4845억원에서 3년 사이 3배로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1417억원(저소득계층 고등학생 급식비 지원 73억원 제외)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1398억원을 편성했다.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정부의 교육재정도 쪼그라들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무상급식비 지원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야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 새누리당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들은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소속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3일 무상급식비 보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5일 무상급식비 분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초연금=기초연금제도는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재산이 70% 이하인 노인들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올해 7월부터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대체해 시행됐다.
재원 분담률은 지자체의 재정자주도와 인구수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올해 서울(국비 69.2%, 시비 15.8%, 자치구비 15.0%)은 전체 예산 1조312억원 가운데 서울시가 1634억원, 자치구가 1520억원을 분담했다. 내년에는 서울시 2274억원, 자치구 2100억원으로 분담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기초연금 지방비 부담액은 총 2조4964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예상)으로 올해 1조4838억원에 비해 41.9% 늘고 향후 5년간 사업비 규모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초연금은 국가사무인 만큼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무상 복지’ 갈등 확산] 돈 가뭄에 진영싸움까지… ‘눈덩이 예산’ 떠넘기기
입력 2014-11-07 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