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 갈등 확산] 돈 가뭄에 진영싸움까지… ‘눈덩이 예산’ 떠넘기기

입력 2014-11-07 04:28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등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6일 오후 대전시교육청에 모여 누리과정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예산 부족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할 처지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간에 복지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요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재원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보육(누리과정), 무상급식, 기초연금 등 굵직굵직한 복지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재정 추산과 주체별 재원 분담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사업비는 지출해야 하는데 돈은 없으니 서로 상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게 사태의 본질이다.

◇무상보육=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013년부터 0∼5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됐다. 0∼2세 영유아 보육비는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6.5대 3.5(서울은 3.5대 6.5)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만 3∼5세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누리과정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국·시·구비로 충당하고 있다.

무상보육 전면 확대로 전체 지자체의 2013년 보육비 부담은 3조6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5조원을 부담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경우 지난해 0∼2세 보육비 7130억원 중 3960억원과 누리과정 만 3세 보육비 3690억원 중 387억원을 부담했다. 0∼5세 양육수당으로 2184억원도 별도로 지원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고 누리과정 재정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년도 전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국·시·구비로 일부 충당했던 만 3세 누리과정 예산도 교육청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하겠다고 한 시·도교육청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급식비를 예산으로 무상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 야권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무상급식비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분담하고 있다. 서울은 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 자치구가 20%를 나눠 내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무상급식 재정 부담은 1조4497억원으로 추산된다. 2010년 4845억원에서 3년 사이 3배로 늘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1417억원(저소득계층 고등학생 급식비 지원 73억원 제외)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1398억원을 편성했다.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정부의 교육재정도 쪼그라들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무상급식비 지원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야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 새누리당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들은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소속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3일 무상급식비 보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5일 무상급식비 분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초연금=기초연금제도는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재산이 70% 이하인 노인들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올해 7월부터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대체해 시행됐다.

재원 분담률은 지자체의 재정자주도와 인구수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올해 서울(국비 69.2%, 시비 15.8%, 자치구비 15.0%)은 전체 예산 1조312억원 가운데 서울시가 1634억원, 자치구가 1520억원을 분담했다. 내년에는 서울시 2274억원, 자치구 2100억원으로 분담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기초연금 지방비 부담액은 총 2조4964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예상)으로 올해 1조4838억원에 비해 41.9% 늘고 향후 5년간 사업비 규모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초연금은 국가사무인 만큼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