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 갈등 확산] 與는 ‘진퇴양난’野는 ‘임전무퇴’

입력 2014-11-07 03:10

새누리당이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재정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혈세만 투입되는 무상복지에는 부정적이지만 무상급식이라는 ‘화약고’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상태다.

특히 새누리당에는 무상급식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사퇴한 뒤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긴 상처가 아직도 깊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3일 전국 처음으로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무상급식 이슈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봉착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리과정(취학전 아동 보육료 지원) 예산 편성과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교육현장 갈등이 많은 국민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재량만으로 현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을 편성했지만 오히려 급식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 안전을 위한 시설 보수와 교육기자재 비용은 부족해 교육의 질이 하락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무상급식 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새누리당의 생각은 무상급식을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지 말고 대상을 줄여 결식아동에게만 질 높은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렇게 해서 남는 예산을 교육환경 개선에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이슈의 폭발력 때문에 이런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우선순위 재조정이 ‘무상급식 재검토’는 절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선 이유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공무원들과 불편한 상황에서 무상급식 이슈로 학부모들과도 척을 지게 될까 두려운 게 사실이다. 김 대표 측에서는 잠재적 대권 경쟁 상대인 홍 지사가 무상급식 이슈를 먼저 치고 나온 것도 달갑지 않다.

정반대로 야당은 무상급식 논란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 논란을 새누리당의 ‘과잉 복지’ 논쟁의 서막으로 보고 초반부터 기세를 꺾어 놓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무상급식은 많은 서민들이 지지하는 정책”이라고 옹호했다.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라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무상급식과 관련해 후퇴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며 “누리과정 때문에 무상급식을 건드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를 겸한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하윤해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