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할부금융 비중 현대캐피탈, 25%이상 못한다?

입력 2014-11-07 03:58
금융 당국이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자동차 금융에 ‘방카슈랑스 25% 룰’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카슈랑스 25% 룰은 은행 지점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6일 금융 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가 한 자동차회사 제품에 대한 할부금융이나 대출을 일정비율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독보적이다. 2011년 86.6%에서 지난해 74.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금융에 방카 25% 룰이 적용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 이상 취급할 수 없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현대차가 ‘괘씸죄’를 적용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는 1.85%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0.7%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내년 2월과 3월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을 앞두고 있어 수수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국은 현대차의 이런 요구가 자동차 시장에서 ‘슈퍼 갑(甲)’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대차가 수수료율 인하폭을 과도하게 요구해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현재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의 적정선을 1.5∼1.9%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KB카드와의 계약을 10일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KB카드에 1.0∼1.1%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당국은 여전히 인하 폭이 지나치다고 본다.

자동차 복합할부는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캐피털사가 대신 돈을 갚고 고객에게서 매달 할부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결제대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아 일부는 카드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 명목으로 돌려주고 나머지를 할부금융사와 나눠 갖는다.

현대캐피탈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GM대우(아주캐피탈) 르노삼성(RCI) 등 경쟁 업체들도 모두 전속금융 점유율이 높은 수준인 데다 자율적으로 형성된 자동차 금융시장 구조를 금융 당국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자유시장 체제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실제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