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정부 실세였던 박영준(54·사진)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오는 13일 만기 출소한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원전비리 등 혐의로 선고받은 2년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나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차관의 출소는 정국을 뒤흔들 ‘핵폭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박 전 차관이 ‘입’을 열 경우 해외 자원개발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돼 메가톤급 소용돌이가 정치권에 불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박 전 차관이 출소한다 해도 자원개발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전 차관은 현재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박 전 차관은 구금일 산정에 사흘간의 오차가 있다며 오는 10일 출소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을 통해 이뤄진다)으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MB정부에서 추진됐던 여러 건의 자원외교에 깊숙이 관여했다.
실제 새정치연합 부좌현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0년 1월 한국가스공사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이라크 유전에 참여하고 난 뒤 사후에 가스공사법 개정이 이뤄졌다”며 “당시 가스공사법 개정안은 이 전 부의장이 대표발의했고, 박 전 차관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유전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도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과 바드라 유전에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불법으로 진행했고 두 사람이 사후에 법을 바꿔줬다는 것이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박 전 차관이 수조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 투자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와 카메룬 광물사업에도 연루됐다. 정권 실세였던 이영수 KMDC 회장에 대한 개발권 수주 특혜 문제가 불거진 미얀마 해상광구 사업 역시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도 자원개발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야당이 연일 이른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조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정의당 등은 광물자원공사와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에 대한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2012년 5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478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고 그해 6월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박 전 차관은 지난 5월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만기 출소 하루 전 원전비리 혐의로 재차 구속돼 징역 6개월을 추가로 받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단독] 그가 입 열면 ‘게이트’ 열린다
입력 2014-11-07 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