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재계인사에서는 ‘임원감축’과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묻고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인사를 통해 임원 자리 3분의 1을 줄이고 젊고 유능한 부장을 임원으로 전진 배치했다. 아울러 총수 부재 속에 오너 2∼4세의 경영승계 속도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6일 올해 재계인사 키워드로 임원감축(Cut)·총수부재(Absence)· 세대교체(Next)·올드보이 퇴진(Delete)·젊은 연구인력 강세(Young, Engineering, Supervisor)의 앞 글자를 딴 ‘캔디’(CANDY)를 제시했다. CXO연구소는 먼저 실적둔화 여파로 기업들이 임원감축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2년 이하 임원들이 집중적인 감축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수는 2009년 5600명에서 2010년 6000명, 2011년 6600명, 2012년과 2013년 각각 6800명, 올해 7200명으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를 늘려 실적을 개선해 보려는 시도가 효과를 보지 못함에 따라 올 연말 인사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임원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이 큰 폭으로 꺾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석유화학 업계는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2∼4세의 경영승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정기선(정몽준 대주주 장남) 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달 승진하면서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구광모(구본무 회장 아들) LG 시너지팀 부장도 임원 승진 여부가 관심이다.
승진 인사에서는 젊고 유능한 공학도 출신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1966∼1969년생의 신소재 개발 관련 연구 인력이 대거 신임 임원으로 등용되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작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4대그룹 부사장급 이상 승진 임원 108명 가운데 46명이 공과대 출신이었다. 기업 경영의 방점을 안정적인 관리능력보다는 기술력을 앞세운 도전과 위기 대응에 찍은 것이다.
연말 임원 인사에서는 부모세대 측근 인사들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달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포스코와 롯데그룹은 정기 임직원 인사를 2∼3개월 앞당겨 연말에 단행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매년 3월 주주총회 때 하던 정기인사를 올해는 12월 말로 앞당기기로 결정하고 관련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도 매년 2월에 하던 정기 인사를 연말로 앞당기기로 하고 임직원 인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에는 재무 개선 차원에서 임직원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LG는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임원 감축 한파… 세대교체 바람속 젊은 工大출신 볕들 듯
입력 2014-11-07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