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배타적이었다. 둘은 만나는 지점 없이 끝 모를 평행선을 그어 왔다. 종교는 과학이 신의 초월성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무지하다고 비판했고, 과학은 증명되지 않는 종교를 비웃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둘의 협력을 추구했다. 그는 ‘과학을 무시하는 종교는 절름발이요, 종교를 무시하는 과학은 눈먼 자’라고 했을 정도로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촉구했다. 최근 기독교와 과학계에도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이 책은 영성과 영적 체험의 본질은 현대과학과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한다. 대화를 통해서다. 대화자는 ‘신과학’ 주창자였던 세계적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베네딕트수도회 수사들로 이들은 영적 경험을 ‘생명의 충만감으로 가득한 순간’이라 정의하며 종교와 과학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기독교 영성과 과학에 이 같은 열린 대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과학과 신학의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은 부분에서 전체로 전환했고 구조에서 과정으로 전환했다. 객관적 학문에서 인식론적 학문으로 전환한 측면도 있었다. 신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진리의 계시자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사는 현실과 자연이 신의 자기 계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계시 역시 시간과 무관하다는 인식에서 지금은 역사를 통한 선포로 전환됐다.
여기에 생태적 위기에 직면한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종교와 과학이 협력해야 한다는 긴박성이 작용했다. 대화자들은 과학과 종교가 서로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괴의 죽음의 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는 전우가 되자고 말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책과 영성] 신학과 과학, 본질은 배타적이지 않다
입력 2014-11-08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