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은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하이옌으로 필리핀 국민 62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41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옥 114만여채가 파괴됐을 뿐 아니라 학교, 병원 등 주요 시설도 훼손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복구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주민들은 조금씩 삶의 희망을 되찾고 있다. 한국교회와 NGO들도 긴급구호 활동에 이어 중장기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한국기아대책은 태풍으로 훼손된 학교와 교회 건물 보수, 피해주민의 정서 지원 활동에 힘쓰고 있다. 아라우부대와 함께 말라기까이 등 6개 지역의 학교를 재건하고 현지교회 4곳을 보수했다. 이재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치료하기 위해 피해지역의 각 학교와 교회에서 ‘정서 케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한국기아대책은 정서 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8일 타클로반 인근 톨로사 지역에서 ‘거북이 마라톤’도 개최한다. 강병기 필리핀기아대책 기아봉사단원은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필리핀 동북부 지역은 많이 복구된 편”이라며 “비만 봐도 태풍이 아닐까 가슴 졸이는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6일 말했다.
한국월드비전은 태풍 피해 발생 직후 3개월간 긴급구호를 펼쳤고 지난 3월부터는 생계와 임시거처 등을 지원하는 재건복구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한국월드비전은 1년 동안 수재민 100만여명에게 구호물자와 임시거주지, 보건·교육 혜택 등을 지원했지만 생존자들이 일상에 복귀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앤드류 로사우어 월드비전 구호사업 총책임자는 “재건사업은 아주 성공적이었지만 아직 지역주민이 생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또 다른 재난을 견뎌낼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월드비전은 앞으로도 수재민을 지역사회 기반시설 재건공사에 고용해 생계를 유지케 하는 ‘캐시포워크(Cash-for-work)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생계지원사업을 펼쳐 수재민 스스로 가정과 지역사회를 복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11월 필리핀 지부를 중심으로 긴급구호팀을 구성, 타클로반과 기완 지역 일대에 식량·위생키트를 배분했다. 특히 수해지역 어린이 1만여명이 정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시 교육용 텐트를 설치하고 책걸상 등 교육물품을 지원했다. 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병행해 어린이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도왔다. 지난 3월엔 기완 지역에 신규사업장을 개설하고 지역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현재 필리핀 교육부와 협력해 태풍에 잘 견디는 학교를 건축 중”이라며 “재건복구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개발사업을 펼쳐 피해지역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굿피플(회장 김동명)은 긴급구호를 마무리한 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타클로반 지역에 공공도서관 재건복구사업을 펼쳤다. 굿피플은 지난 6월부터 태풍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시내 유일의 공공도서관을 재건해 오는 17일 준공식을 연다. 새로 지어진 공공도서관에는 장서 1000여권과 컴퓨터 12대가 기증됐으며 향후 운영은 타클로반 교육부가 맡는다. 조윤수 굿피플 필리핀지부장은 “인근 지역 초중고 학생 5만2000여명이 앞으로 이 도서관을 이용할 것”이라며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다시금 꿈을 키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리핀 재해 구호활동에 적극 나섰던 한국교회 주요 교단 및 단체들도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 5차례에 걸쳐 태풍 피해지역에 선교봉사단을 파견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지난 9월부터 필리핀연합교회와 함께 타클로반 지역교회 재건사업을 시작했다. 기장은 이들 교회 중 4곳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협약(MOA)’을 맺고 후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구호연합)은 올 초 42개 참여 교단 및 단체 관계자들과 논의해 개별 단체에 복구사업과 예산을 분배했다. 각 교단과 단체가 맡는 재건 사업은 교회·학교 복구, 주택재건, 주민자활, 의료지원 등이다.
양민경 진삼열 이사야 기자 grieg@kmib.co.kr
복구되는 삶 터전… 웃음 찾는 주민들
입력 2014-11-0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