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급식·보육 정치공방 벌일 일 아니다

입력 2014-11-07 04:34
선거철도 아닌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내 학교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새누리당이 무상급식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무상보육의 경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달 7일 교육 재정난을 들어 내년부터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중앙정부와 교육청 간에 핑퐁게임식 책임 떠넘기기가 볼썽사납다. 이대로 가면 당장 내년에 기존의 보육 및 급식 서비스가 중단될 게 뻔하다.

무상급식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후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이를 도입했다. 무상급식 혜택 학생 수는 2010년 전체 학생의 19%인 138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9%인 445만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각 시·도와 교육청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예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의 무상급식 예산은 올해 2조6239억원에 이른다. 이 예산은 전국 평균으로 지자체가 40%, 교육청이 60%씩 부담하고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3∼5세(누리과정) 아동의 어린이집 보육료 2조1429억원을 지원하지 못하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내년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원 중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니까 비용을 지원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기 때문에 지원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감들의 내심은 무상보육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므로 중앙정부가 재원의 일부를 감당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겠다고 6일 밤 늦게 결의했다.

대선 공약은 파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전제는 이미 주고 있는 복지 혜택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려면, 즉 복지 구조조정을 하려면 공약 파기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고 사과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복지를 계속 시행하려 한다면 중앙정부의 재원 분담 비율과 조달 방안을 원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증세를 할 것인지, 다른 부문의 예산을 더 절감해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할 것인지가 모두 검토 대상이다. 이 모든 대안이 불가능하다면 물론 선별적 복지로 되돌아가는 방안도 토의돼야 한다. 다만 공론화 과정은 결국 중앙정치가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 무상복지 재원은 증세로 해결될 수도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든간에 기왕의 복지 서비스가 끊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정치인들의 무상보육·급식 중단 위협이나 네 탓 공방을 보면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고 남의 자식은 그저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