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잇따르는 정치인 출신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일본 정계가 들썩이고 있다.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경산상)이 각료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후임 미야자와 요이치 경산상 또한 정치자금 부정 지출과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모치즈키 요시오 환경상, 에토 아키노리 방위상,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 등 각료들도 각종 정치자금 관련 잡음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같은 스캔들이 일본 정계에 뿌리 깊은 ‘선거구 세습’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6일 보도했다. 부모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계에 입문한 후계자는 대부분 도쿄 출신이다. 선대와 달리 지역구에 기반이 없어 선대 정치인을 모시던 비서진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을 쉽게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부치 전 경산상은 2010년과 2011년 후원자들을 초청해 공연 관람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낸 회비 740만엔(7000만원)보다 많은 3400만엔(3억2000만원)을 지출해 차액을 자기 돈으로 부담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2012년 행사 때는 지출 내역을 아예 누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회계보고서를 작성한 그의 옛 비서 오리타 겐이치로의 자택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오부치 전 경산상은 지난달 말 각료직에서 물러났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오부치 전 경산상은 아버지인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2000년 뇌경색으로 돌연 사망하면서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그는 도쿄 출신으로 지역구인 군마현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오부치 내각에서 각료를 지낸 한 인사는 “옛 비서인 오리타는 오부치 전 총리 시절부터 30년 넘게 일하던 사람”이라며 “그가 혼자 금고 열쇠를 쥐고 수천만엔을 비밀리에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중의원 비서를 지낸 인사 또한 “문제가 된 공연 관람회는 예전부터 지역구 후원회와 비서진을 관리하기 위한 행사였다”며 “세습 정치인이 행사 성격을 바꾸고 싶어도 선대부터 일하던 고참 비서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부치 전 경산상은 퇴임 회견에서 “어린 시절부터 믿고 지내던 사람이 돈 관리를 해줬다”며 “감독이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계에서 지역구 세습은 고질적인 병폐다. 오부치 전 경산상의 후임인 미야자와 요이치 또한 도쿄 출신 세습 정치인이다. 큰아버지인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로부터 히로시마현의 정치 기반을 물려받았다. 그는 퇴폐업소인 ‘SM바’에서 정치자금을 쓴 데 이어 외국인 기업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은 외국인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오부치 전 경산상은 하루빨리 의원직을 사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오부치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치권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日 마이니치 “잇단 정치자금 스캔들 뿌리는 세습정치 병폐”
입력 2014-11-07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