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엄마가 아직 엄마가 아니었던 시절에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미국 오리건주에 살고 있는 아트 디렉터 다니엘 델프(25)는 최근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제목은 ‘만약 엄마를 그때 알았다면’입니다. 모두 7장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엔 두 여성이 커 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세월이 느껴지네요. 공주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던 꼬마들은 어느새 드레스를 멋지게 소화하는 아가씨로 성장합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단짝친구처럼 다정합니다.
사진들은 델프가 포토샵으로 만든 가짜입니다. 어머니의 어릴 적 사진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겁니다. 델프는 “늘 엄마와 내가 친구로 함께 성장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했다”며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녔을지, 비슷한 유머감각을 가졌을지, 사람들에게 단짝친구라고 불렸을지 궁금했다고 하네요. 그는 “엄마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난 뒤 우리가 멋진 친구가 됐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델프의 아이디어는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됐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어머니라며 올린 오래된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어머니의 사진을 구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델프의 어머니는 2004년 몰아친 허리케인 때문에 많은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그때 어린 시절 사진들도 망가지고 말았고요. 델프는 가족을 총 동원해 어머니의 사진을 수집했습니다. ‘셀카’가 아닌 자신의 사진도 열심히 구했습니다.
델프는 엄마와 자신이 비슷한 이벤트를 벌이고, 비슷한 행동을 하는 순간들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그 순간을 함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죠. 프로젝트는 6개월 만에 완성됐습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정말 멋진 아이디어”라며 감탄했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궁금해질 거라 생각해요. ‘엄마는 내 나이 때 무엇을 좋아했을까, 무엇을 재밌어했을까’하고요.” 델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궁금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이내 잊어버립니다. 엄마도 아가씨였고, 학생이었고, 꼬마였다는 걸요.
델프의 어머니는 딸이 작업한 사진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매일 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사진을 들여다본다고 하네요. 델프의 어머니가 감동 받은 건 딸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그때 엄마를 알았다면 우린 ‘베프’가 됐을까?
입력 2014-11-0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