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이뤄진 2010년에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었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공모주 청약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그해 5월 실시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는 증거금(청약대금의 50%)만 19조8444억원이 유입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흥행 대박이었다. 그 전까지 증거금 1위는 1999년 공기업 담배인삼공사(현 KT&G)가 기록한 11조5746억원. 같은 달 자동차부품 전문업체 만도도 대박을 터뜨렸다. 상장 폐지 후 10년 만에 재상장되는 만도는 청약 증거금 6조2067억원을 모았다. IPO 역사상 증거금 규모 3위다.
공모주 청약 열기는 2010년 이후 식었다가 올해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 CU를 운용하는 BGF리테일에 4조5789억원, 국내 전기밥솥 1위 업체인 쿠쿠전자에 4조4631억원이 들어와 흥행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모주 투자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저금리 기조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상장 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공모가 11만원이던 삼성생명은 상장 첫날 11만9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종가 11만4000원으로 마감한 이후 지금까지 종가 기준으로 시초가를 넘어선 적이 없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4년5개월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 들어 상장한 일부 공모주는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40%대를 기록한 경우도 있다. 공모가가 적정 수준인지 살피고 옥석을 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 IPO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SDS의 일반 공모(공모가 19만원) 청약은 6일 마감 결과 134대 1의 경쟁률과 함께 증거금으로 15조5520억원이 몰렸다. 삼성생명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KT&G를 밀어내고 역대 2위를 차지했다. 장외시장에서 37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 ‘로또’ 같은 대박을 노리고 대출까지 받아 청약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 기대에 부응할지는 14일 상장 이후를 지켜볼 일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공모주 로또 청약
입력 2014-11-07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