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서 싼 이자로 돈을 들여와 대출과 투자로 재미를 봤던 외국은행 지점들이 몰락하고 있다. 국내 금리가 낮아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고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파생상품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급격히 위축된 경영 환경 탓에 외은 지점 철수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의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은 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93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2조4323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순이익이 줄어 4년 만에 61% 감소한 것이다. 2009년 순이익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외은 지점은 10곳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3곳에 그쳤다.
외은 지점들은 본국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더 높은 이자로 대출하거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이익을 실현했다. 외은 지점들은 2009년 2조6000억원의 이자 순익을 기록했고 환율·파생상품 관련 거래로 1조8000억원의 순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외은 지점의 이자 순익은 1조6000원으로 2009년(2조6000억원) 대비 38% 급감했다. 환율·파생상품 관련 이익은 2010∼2013년 연평균 427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 외은지점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작아지고 외환·파생 분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렇듯 수익성 악화로 국내에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외은 지점은 2008∼2009년 1곳에서 2010년 3곳, 2011년 5곳, 2012년 8곳, 2013년 7곳으로 늘었다. 2013년 현재 외은지점이 총 40곳인 점을 고려하면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손실을 입은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외은 지점들의 철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현 시점에서 당장 철수를 고려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결국 짐을 싸는 곳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이전인 1990년대에는 총 34개 외은 지점이 문을 닫았고, 2000년대 들어서도 31곳의 지점이 한국에서 철수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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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