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 공룡들의 손목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 워치는 삼성전자, 소니 정도만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나머지는 페블과 같은 소규모 기업에서 내놓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가 스마트폰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으면서 거대 IT 기업도 하나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 워치는 대부분 20만∼30만원 가격이다. 그 자체로는 스마트폰만큼 큰 이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관리 기능을 활용해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 이후를 생각하는 업체들에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넥스트마켓 인사이트는 스마트 워치 시장이 올해 1500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3억7300만대로 약 25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워치 시장은 애플워치가 시장에 나오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동안 외면 받았던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것처럼 애플워치가 스마트 워치 시장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내년 3월 이후에나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애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애플 내부 문건을 입수해 “애플워치는 중국 구정이 지나고 봄에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워치 출시가 늦어지는 사이 스마트 워치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기어S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기어S 판매에 돌입한다. 국내에서는 5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기어S의 가장 큰 특징은 거리에 상관없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스마트 워치는 블루투스로 연결하기 때문에 10m 이내에서만 연결됐다. 하지만 기어S는 3G 통신망을 이용해 거리와 상관없이 연결된다.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와도 기어S에서 전화 수신, 문자 확인 등이 가능하다. 운동을 하거나 잠시 외출을 할 때도 스마트폰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사티아 나델라 신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모바일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30일부터 MS밴드를 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MS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다. MS밴드는 삼성전자 기어핏과 비슷한 외형의 스마트밴드로 건강관리에 특화된 제품이다. 단순히 심박수,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하는 걸 넘어서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운동량 조절을 권하는 역할까지 한다. MS의 클라우드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게다가 MS밴드는 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윈도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iOS에서도 구동된다. 스스로 모바일에서 열세라고 판단하고 자사 OS가 있음에도 시장 확대를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했다. 나델라식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 전략인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손목을 붙잡아라”… IT공룡들,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14-11-07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