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판타지가 필요해

입력 2014-11-07 02:29
70대 노인이 우연한 사고로 씽크홀에 빠지게 된 후 30대로 젊어지게 되는 내용을 담은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백’의 한 장면. 배우 신하균의 실감나는 노인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MBC 제공

전신 성형녀, 인간 세상에 내려온 천사, 하루아침에 30대 젊은 시절로 돌아 간 70대 노인, 화가 나면 몸에 칼이 돋는 남자…. 최근 브라운관에 등장한 드라마들은 다소 황당한 장치 하나씩을 갖고 있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에피소드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주상욱(36)·한예슬(33) 주연의 SBS 주말극 ‘미녀의 탄생’은 100㎏에 육박했던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받자 전신성형을 하고 팔등신 미녀가 돼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유도 선수 출신이었던 사금란(하재숙 분)이 마네킹 몸매 사라(한예슬 분)로 변신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다.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교채연(왕지혜 분)과 바람났던 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은 다시 태어난 전 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살림실력은 사금란과 같으면서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는 사라 캐릭터는 하루아침에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으로 변신한 동화 속 주인공 같다. 드라마는 지난 2일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보이며 순항 중이다.

5일 첫 방송된 MBC 수목극 ‘미스터백’은 70대 재벌 회장이 우연한 사고를 겪은 뒤 30대 청년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최고봉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40)은 70대 노인과 30대 젊은 남성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해내며 극 초반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흰머리에 주름살 깊은 70대 노인으로 분한 신하균에게 관심이 쏠리며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14.2%)을 기록, 전개될 이야기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판타지 장치가 드라마의 발목을 잡은 경우도 있다. 마음의 상처가 실제 몸에 돋는 칼로 표현되는 남자를 다룬 KBS 2TV 월화극 ‘아이언맨’은 ‘힐링 드라마’라 자부하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갔지만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과 개연성의 늪에 빠져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하려다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천사의 이야기를 다룬 KBS 금요 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우현(본명 남우현·23)과 성열(본명 남성열·23)이 출연하면서 초반 관심을 받았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로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대중들은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만화 같은 이야기에 환호한다”면서 “판타지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한다면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되지만 어설픈 구성으로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에게 설득을 얻어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