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희귀병 질환자의 고통] 희귀병 기본 현황도 파악 못하고 있다

입력 2014-11-07 04:30

우리나라에 희귀난치성질환(희귀병) 환자는 몇 명이나 될까. 아무도 모른다. 연간 희귀병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 총액은 어느 정도일까. 이 또한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질환·뇌질환·희귀난치성질환) 보장 강화를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의 기본적인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센터에 따르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희귀병은 1020종이다.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확인된 희귀병은 7000여종이고, 박채원양처럼 병명조차 없는 병까지 감안하면 국내 희귀병 종류와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50만명으로 어림잡아도 100명 중 1명은 희귀병 환자라는 소리다. 결코 적지 않다.

희귀병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희귀병 지원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고, 희귀병 진료비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라서 그렇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6일 “관련법이 없다 보니 희귀병 정의가 모호해 누구는 지원받고 누구는 누락되는 상황이 생기는 게 사실”이라며 “지원 비용도 만만찮아서 법이 만들어져야 정부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2012년부터 3년간 희귀병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됐다. 제대로 된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 정부는 국회만 바라보고, 국회는 법안을 잠재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희귀병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의 10%만 본인이 내도록 하는 ‘산정특례제도’가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57종의 희귀병 진단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7만4000명이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희귀질환의 절반 정도는 산정특례에서 제외돼 있다. 120개 질환은 질병코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희귀병 치료약이나 각종 처치의 대부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다. 채원이네는 진료비로만 월평균 1000만원씩 써야 했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국회가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하루하루 힘겨운 환자와 가족들을 보듬어 달라”고 호소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