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소야대 시리즈 2회] 힐러리 독주 속 공화 잠룡들 레이스 시동

입력 2014-11-07 02:27

미국에서 올해 ‘11·4중간선거’가 끝났다는 말은 곧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경쟁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는 의미다.

앨런 릭터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포린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선거분석 브리핑에서 “미국은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나라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대통령 선거, 대선이 끝나면 중간선거 캠페인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평가 성격이 짙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함에 따라 2016년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이 일찍부터 대권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이 가속화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당내 권력과 자금이 급속히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쟁자로 꼽히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이번 선거 패배로 신망과 정치적 자산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상·하원을 동시 장악한 공화당의 압승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겉으로는 공화당 잠룡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 사례나 유권자 성향 등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대 패인으로 젊은이들과 소수민족 등 양대 지지층의 저조한 투표 참여를 꼽는다. 반면 공화당의 기반인 백인·중장년·남성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투표했다. 이런 투표 경향은 역대 중간선거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전형이다. 하지만 대선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젊은이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로버트 에릭슨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 등으로 역사적으로 중간선거 결과와 다음 대선의 상관관계는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복수의 민주당 전략가들의 말을 인용, 공화당의 상원 장악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희소식일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된 클린턴 전 장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릭 스미스 민주당 전략가는 “공화당은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이룬 국정 어젠다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좋은 기회”라면서 “그가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자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공화당에 강력히 맞서도록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예비후보는 많지만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 수 있는 인사를 손꼽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더욱이 공화당 예비후보들의 경우 앞으로 강경 보수주의자와 온건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줄곧 벌어졌던 ‘선명성 경쟁’을 다시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으로 대표되는 강경파들은 ‘1996년 이후 세 차례나 중도 온건 성향 후보를 내세웠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으로 대표되는 온건파들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강경파들이 대거 당선됐지만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 사태를 일으켰다’며 맞서고 있다.

에릭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공화당 내 경선에서 온건 보수파가 아마도 유리하겠지만 젭 부시의 경우 이민 개혁 찬성 등으로 불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