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생명수 선물… 한국교회 생큐!”

입력 2014-11-07 03:05
유관재(경기도 고양 성광교회) 목사가 지난 5일 르완다 닝네리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우물에서 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르완다 모호로 마을 어린이들이 지난 5일 '제리칸'이라는 물통에 물을 담아 운반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르완다의 닝네리 마을 주민들이 우물이 생기기 전 식수로 사용했던 수로의 흙탕물 모습. 월드비전 제공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서쪽으로 128㎞ 떨어진 비린기로 지역 모호로 마을. 마을 주민을 대표해 아자리아스(74)씨가 유관재(56) 경기도 고양 성광교회 목사를 향해 환대의 표시로 두 손을 내밀었다.

“무라코지 차니(매우 감사합니다).”

모호로 마을은 해발 1500m가 넘는 산악지대다. 주로 콩과 바나나를 재배한다. 넉넉지 않은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드는 것은 물이다. 식수를 구하려면 르완다 최대 호수인 키부호까지 40분을 걸어가야 한다. ‘제리칸’이라 불리는 20ℓ짜리 누런 식수통으로 물을 긷는 일은 늘 여자들과 아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가냘픈 몸으로 무거운 물을 옮기기 위해 식수통에 줄을 달았다. 그리고 이마에 줄을 걸치고 등짐 형태로 나른다. 절박한 사정을 접한 월드비전은 유 목사의 헌금을 종자돈 삼아 내년까지 우물 10개를 파기로 했다. 수혜자만 4500명이다. 월드비전은 이곳에 마을 주민의 의료를 책임질 보건소 개념의 ‘카부기타 헬스포스트’도 세운다. 168㎡ 규모의 헬스포스트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에이즈 예방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아자리아스씨는 “나도 열 살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10년 동안 호수에 가서 직접 물을 길어왔다”면서 “이곳에 식수 시설이 생긴다니 꿈만 같은 이야기다. 안 믿어진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이곳에 헬스포스트가 세워지면 사람이 많이 몰려들 것이 틀림없다”며 “우리를 위해 사랑을 나눠주는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이마나 마리(30·여)씨도 “하루에 세 번 호수에 물을 뜨러 간다”면서 “한국에서 우물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우물이 생기면 정말 멀리 안 가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기쁨을 표했다.

모호로 마을에 건립되는 우물은 17㎞ 떨어진 닝네리 마을에 새로 설치된 우물과 같은 것이다. 닝네리 마을 주민들은 3년 전만 해도 소똥이 널려 있는 수로에서 흙탕물을 떠서 식수로 사용했다. 특히 아이들의 고통이 심했다. 수인성 질병 때문에 등교조차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월드비전과 한국국제협력단은 10만 달러를 투입해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왔고 닝네리 마을에 10개의 우물을 만들었다. 닝네리 마을 주민 9000명의 식수를 한국이 책임진 것이다. 이 마을 마리가리(15)양은 “하루 네 번 60ℓ의 물을 길러 온다”면서 “한국에서 우물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닝네리에 이어 모호로 마을의 우물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유 목사가 지난 7월 장남 영선(29)씨의 결혼 부조금 1200만원을 쾌척하면서부터다. 유 목사는 “르완다에서 식수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마을 주민에게 우물은 생명과 같다”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결혼식을 최소화하고 아들과 협의해 헌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르완다에서 예수 생명은 물길을 따라 간다”면서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세계를 품는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라고 말했다.

정유신 월드비전 경기북지부장은 “내년 모호로 마을의 우물이 모두 완공되면 한국의 군(郡) 크기인 비린기로 지역에 공급되는 식수의 30%를 한국 NGO가 책임지게 된다. 수혜자만 1만3500명”이라고 설명했다. 모호로 마을에 10개의 우물을 모두 짓기 위해서는 1억800만원이 더 필요하다(02-2078-7000).

비린기로(르완다)=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