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도일]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다’

입력 2014-11-07 02:45

아동문학가 이현주 목사의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다’라는 단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어렸을 때 집에서 돼지를 키웠다고 한다. 키가 작았기 때문에 싸릿대로 세운 돼지우리 위로 쌀뜨물을 부어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한다.

하루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옆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자신은 하던 대로 돼지에게 쌀뜨물을 부어주려고 까치발을 치켜세웠다. 그런데 물을 붓는 순간 실수로 미끄러지면서 쌀뜨물을 돼지밥통 옆에 쏟고 말았다. 그때 그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 이랬다고 한다.

“야 이놈아, 네 사촌 대성이는 학교 공부도 1등 하면서 집안일도 잘 돕는데 넌 이깟 일도 못하냐!” 그러면서 싸리 빗자루로 등짝을 후려치더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그냥 쏟은 것 갖고만 성화를 냈다면 웃으며 도망쳤을 일이지만 그날만큼은 어린 그에겐 무척 상처가 됐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사촌 형 생각만 하면 기가 죽었던 그였던지라 어머니의 말이 영 거슬리고 서글퍼서 빗줄기에 눈물을 숨겼다고 한다. 그는 싸리빗자루 세례를 맞고 난 뒤 손가락으로 이런 글을 쓰면서 절대 남들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놈은 이놈이고 저놈은 저놈이다. 왜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가. 그건 악마나 할 짓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달란트, 남과 다른 종류의 달란트를 맡겨 주셨다. 괜히 남이 가진 것 보면서 ‘왜 내 것보다 크냐’고 넋두리하지 말고 지금 내 손에 주어진 것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가정학교와 교회학교의 부모와 교사들도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잘 활용하고 그런 철학을 가지고 미래세대를 지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할 일은 안 하고 비교하는 데 시간만 낭비한다면 자녀에게 열등감만 안겨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우리 삶의 주인인 주님이 오셔서 우리 인생을 결산하실 때 크게 후회할 것이다.

하나님은 절대 우리를 비교하지 않으신다. 할 수 있는 분량의 일만 하면 된다. 그러나 맡겨진 일을 등한시한다면 ‘무릇 있는 이는 더 받아서 풍족하게 되고, 없는 사람은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는’ 영적 원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비교하고 한탄하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수능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도 곧 지나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어느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무슨 전공을 선택할지 조언해주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자녀가 성적만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대학과 전공을 정한다면 참담한 비극으로 나타날 것이다. 자녀를 돕고 싶다면 성경에서 가르쳐주는 달란트 비유에 귀 기울이고 비교를 넘어 냉정한 판단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다중지능 검사 같은 도구를 활용하고 심층상담을 통해 미래 계획을 같이 짜야 한다.

내 자녀를 다른 이의 자녀와 비교해 야단치기보다 그 자녀가 갖고 있는 특성을 발견하자. 그리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도록 자녀를 후원하고 기도해주자. 그것이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다.

김도일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