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일도 농사를 짓는 일인지 모른다.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좋았다”라고 말할 때 거기엔 여러 사람의 노동과 마음이 잘 연결되었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또한 농사가 아니겠는가. 일을 잘하는 사람도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잘 맛들여서 일과 마음과 주변사람까지 다 생각해서 하는 종합적인 생각이 곧 모든 사람에게 “좋았다”라고 말하게 하는 것 아닌가.
마음도 농사일 것이다. 마음도 견디는 일 중의 하나다. 아니다. 마음이야말로 견디는 일일 것이다. 견디는 일만 잘해도 무슨 일의 완성에 가까워질 것을 나는 믿는다. 나는 이것 하나를 잘하지 못해서 결과를 잃어버린 일이 많았다. 음식 하나를 해서 가족이 먹었다고 하면 “맛있다”라는 그 말 속에는 음식을 만든 사람의 수고와 마음이 배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또한 마음농사가 아니겠는가.
밥집에서 3500원짜리 밥을 먹은 적 있다. 그 주인아줌마는 소위 손끝이 매운 여자인데 특히 콩나물국을 잘 끓였다. 마늘이고 파며 청양고추를 한 그릇 한 그릇마다 다져 넣고 있었다. 보통은 잔뜩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가. 불편한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야만 맛이 살아난다는 대답이었다. 그 마음이 맛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우리가 마음을 얻거나 마음을 받는 것은 그만큼 수고를 했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땀의 결과는 반드시 있지 않던가. 수고를 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대체로는 수고를 했는데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요즘 세상은 갈등을 만들고 있는데 아무런 수고도 노동도 견디는 것도 없이 어찌 대가를 받겠는가. 내가 “나는 왜 이리 안 돼!”라고 세상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진정한 이유는 그 일에 내가 바친 수고의 무게가 절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를 볼 때가 많다. “아니다”라고 항변을 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우리의 수고를 알아주지 못할 때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생각해보자. 그때 그 시절 그 일에 진심으로 내가 해야 할 수고를 최선을 다해 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신달자(시인)
[살며 사랑하며-신달자] “좋았다”라는 말
입력 2014-11-0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