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희망’을 선언하며 2009년 화려하게 집권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임기 종료 2년을 앞두고 기로에 섰다.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공화당과 ‘타협’에 나설 것인지 중대한 선택에 직면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을 동시에 석권했다. 중간개표 결과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을 지킨 데 이어 상원에서도 7석을 추가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미 언론들은 현지시간 5일 오전 9시(한국시간 5일 오후 11시) 현재 상원 의석 분포를 공화 52석, 민주 45석, 미정 3석으로 보도했다. 버지니아주는 99% 개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마크 워너 상원의원이 0.6% 포인트 차이로 공화당의 에드 길레스피 후보를 앞서고 있다. 알래스카는 73% 개표에 공화당 댄 설리번 후보가 현역인 민주당 마크 베기치 의원을 4% 포인트 앞서고 있다. 루이지애나주는 12월 6일 결선투표를 치르기로 했다.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최소 242석을 얻어 과반(218석)을 훨씬 넘어섰다. CNN방송은 공화당이 최종적으로 246석 이상을 획득해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주요 지역을 휩쓸었다.
공화당이 하원을 수성하고 상원을 탈환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도래했다.
역대 미국 재선 대통령들은 2기 중간선거에서 대부분 고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강한 ‘경고’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들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아이오와주 등 이기거나 최소한 박빙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에서 맥없이 허물어졌다.
이번 선거 참패로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은 가속화되고 국정운영 기조 전환에 대한 압박도 높아질 전망이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과 충돌하고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핵심 국정 어젠다의 입법화를 사사건건 가로막았고,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발동으로 맞서 왔다.
반면 양측이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결국 ‘그랜드 바겐’ 식의 대타협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것이며, 공화당은 2년 후 대선을 앞두고 ‘책임 있는 국정동반자’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는 게 양측에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측이 ‘마이웨이’를 고집해 ‘강(强) 대 강(强)’ 대치국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이민개혁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공화당은 ‘불법 이민자 사면법안’을 강행할 경우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오바마의 참패… 레임덕 빨라진다
입력 2014-11-06 04:59 수정 2014-11-06 0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