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초로 시행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의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사업상 또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이 동의의결제에 따른 조치로 탈바꿈되고 있고, 과징금 대신 약속한 이행계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보상과 시정안을 내놓으면 과징금 등 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동의의결제 허점이 드러난 단적인 예는 올해 3월 최초로 동의의결제가 적용된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사건이다. 공정위는 당시 키워드 광고를 검색 결과인 것처럼 속인 네이버에 대해 자사 유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네이버 부동산’처럼 회사명을 표기하는 이행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유료서비스 중 영화와 책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1일 200만원씩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공정위는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이유태 서비스업감시과장은 5일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협의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공정위가 동의의결에 너무 큰 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동의의결 제도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위법성 여부를 부실하게 판단하면 기업은 면죄부를 받게 된다”며 “기업이 공정위에 자세를 낮출수록 처벌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이 종결되면 정부가 사후통제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국민이 공개적으로 감시하기 어려우며 공정위의 재량권 남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사후 감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동의의결제도 개선방안과 입법과제 세미나에서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의의결이 충실히 이행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공정위는 사후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동의의결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검색결과 속인 네이버 아직도 버젓… 면죄부만 준 ‘동의의결제’
입력 2014-11-06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