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전담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서 직원 사이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인권위 직원인 여성 피해자가 인권위에 피해 사실에 대한 진정까지 넣었지만 인권위는 취하를 권하다 뒤늦게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지친 피해자는 경찰에 가해자를 고소했다.
5일 인권위와 경찰에 따르면 인권위 직원 A씨(여)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같은 부서 직속상관인 B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며 지난 1일 B씨를 경기도 광명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B씨가 부서 회식 자리에서 귀에 대고 ‘○○○씨, 사랑한다’고 말하는 등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무실에서도 B씨가 몸을 밀착하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서 상관인 C씨도 회식 날 늦은 시간까지 참석을 강요하며 손을 붙잡아 끌고 가거나 부서원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하이파이브를 하며 손을 감싸 쥐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지난 9월 30일 인권위에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사건을 ‘피해자의 요구사항(가해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이 이행돼 진정을 취하했다’며 각하 처리했다. A씨와 가해자가 직장에서 떨어져 지내게 하는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A씨가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 및 가해자 징계 등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나서야 인권위는 B씨를 가해자로 정식 조사했고, 4일에야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B씨는 인권위에 “일반인 관점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진정사건 처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정 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던 A씨는 휴직을 택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지은정 활동가는 “인권위가 성희롱 문제를 다루는 곳이고 직장 내 성희롱 지침을 마련해 배포하는 곳인데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가해자의 전보가 불가능하다면 피해자 요구대로 부서를 바꾸든지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인권 보호’ 인권위서 성추행 사건
입력 2014-11-06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