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전형 인재 선발”… 직무 관련 전공·경험 살핀다

입력 2014-11-06 03:22 수정 2014-11-06 15:29

삼성의 채용방식 변화는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영업직, 사무직, 연구직 등 직군을 세분해 각 직군 업무에 필요한 맞춤형 역량을 갖췄는지 집중 평가한다. 삼성에 입사를 원하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희망직종을 정하고 그에 맞는 능력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졌다.

삼성은 우선 과거 입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전 단계에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한 해 20만명에 달하던 SSAT 응시자 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직무적합성평가는 입사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실전투입 시 얼마나 직무능력이 출중한지 1차적으로 판단해 선별적으로 SSAT 응시 자격을 부여한다. 언뜻 보면 1995년 사라진 서류전형이 부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은 결코 일반적인 서류전형 방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벌, 외국어 점수, 어학연수 등 일반적인 서류전형에서 강조되는 스펙은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직무 관련 수업 이수 여부나 관련 경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이다.

각 직군에 따라 업무적합성 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직군은 전공 수업을 얼마나 이수했는지, 심화 전공과목을 얼마나 수강했는지, 전공과목 점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영업·경영지원직군은 직무 에세이가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직무 관련 경험을 사실에 근거해 생생하게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그룹 이준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예를 들어 영업직은 리더십, 팀워크, 사교성 등의 적합성을 갖췄다고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이른바 스펙 쌓기보다는 전공 공부나 자신이 지원한 직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경험 준비 등을 쌓는 데 더 많이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T도 직군에 따라 차이를 둔다. 연구개발 및 기술직군은 전공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에게 상당한 가점을 줘 SSAT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직군은 SSAT를 일종의 실기시험인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로 대체한다.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는 어떤 주제를 주면 4시간 안에 그와 관련된 프로그래밍 개발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살펴본다. 삼성 관계자는 “SSAT 성적과 직무 수행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며 “전공 수업 이수 여부나 실습성적 등을 평가해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우선 선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SSAT를 통과하면 치르는 면접전형은 기존 ‘실무면접→임원면접’에서 ‘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으로 바뀐다. 이 전형은 전 직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창의성면접은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전개 능력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영업직군은 1박2일 합숙면접이나 종일면접으로 직무 에세이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리더십, 협업능력 등을 살핀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