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등 상당수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예산 부족이 심각해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할 수 없다고 한 선언이 현실화된 것이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3∼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중앙정부가 교부금 등으로 재정을 대부분 지원했으나 세수가 줄어들자 시·도교육청에 부담을 떠넘겼다.
이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지자체간 ‘누리과정’ 예산분담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5일 도교육청에서 가진 ‘경기교육 재정 현황 설명회’에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는 편성하지 않고, 유치원도 소요 예산액의 16% 가까이 삭감하는 내용의 2015년도 긴축재정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도 누리과정 소요액이 1조303억원(어린이집 5670억원, 유치원 4633억원)이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전혀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고 유치원 보육료도 735억원을 삭감한 3898억원만 편성했다. 내년 소요액의 38%가량만 편성한 셈이다.
이 교육감은 “내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에서 세입보다 세출 요구액이 1조5000억원가량 많아 네 차례에 걸쳐 8945억원을 감액했지만 6405억원은 더 이상 줄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도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도 내년에 누리과정 예산으로 6172억원(어린이집 3657억원, 유치원 2515억원)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이 없으면 일부만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 충북도교육청도 어린이집을 포함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교육청도 애를 먹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유치원 보육예산 1065억원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보육예산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도 유치원 보육예산 1119억원은 마련했지만 어린이집 보육 예산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부족분 976억원에 대해 정부의 특별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정부의 특단 조치가 없을 경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교육예산이 태부족이어서 시·도가 감독권을 갖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예산까지 편성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부교육감은 이날 오후 한국장학재단에서 회의를 갖고 누리과정 예산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강희청 기자, 전국종합 kanghc@kmib.co.kr
어린이집 보육 예산 ‘싹둑’… 무상보육 흔들
입력 2014-11-0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