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긴장감 풀어준 ‘목사님 안수기도’… 서울 대성고 격려기도회

입력 2014-11-06 02:38
목사 가운을 착용한 기성교단 서울 서지방회 소속 목회자들이 5일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고3 수험생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시험을 마칠 때까지 우리 재원이의 몸과 마음을 강건하게 지켜주시고, 문제 하나하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지혜도 허락하소서.”

박준영(물댄동산교회) 목사가 최재원(18)군의 머리에 오른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최군은 기도가 끝난 뒤 “처음에는 (안수기도를) 조금 무섭게 생각했는데, 목사님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면서 기도해주시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후 1시 서울 은평구 갈현로 대성고등학교(교장 이재희) 체육관. 수능 시험일(11월 13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수능 격려 예배가 열렸다. 480여명의 수험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의 백미는 ‘일대일 안수기도’였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단의 서울 서지방회 소속 목사 13명이 총 13개 반을 한곳씩 맡아 각각 37명 정도 되는 학생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해줬다.

일부 학생은 미리 준비한 기도카드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기도를 요청했다. 종교가 다르거나 무교인 학생들 중 일부는 기도를 사양하기도 했다. 전체 학생 중 기독교인은 4분의 1 정도. 비신자가 훨씬 많은 점을 감안해 목사들은 학생들 앞에서 “기도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교사들과 후배들은 안수기도 전후에 직접 준비한 찬양곡을 공연,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대성고에 일명 ‘일대일 안수기도’가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교목실장인 원광호 목사는 “수능 시험일이 가까워오면서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역교회 목사님들을 모셔서 예배 드리고 안수기도를 하기 시작했다”이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많아서 올해도 개최하게 됐고, 앞으로도 매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설교말씀을 전한 안성우(로고스교회) 목사는 “기도하는 자와 기도하지 않는 자의 삶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기도의 힘’을 강조했다. 직접 안수기도에 참여한 신건일(북아현교회) 목사는 “수험생들의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면서 “믿는 학생들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고, 믿지 않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신앙을 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시험이 임박해지면서 주요 교회의 수능 기도회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와 분당 지구촌교회(진재혁 목사)는 8, 9일 각각 ‘수험생을 위한 토요비전기도회’와 ‘수험생을 위한 특별 안수기도회’를 갖는다.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는 시험 당일인 13일 오전 수험생 학부모 기도회에 이어 오후에는 ‘당회장과 수험생이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을 갖고 중·고등부 연합 집회도 개최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지난달 말부터 본당 의자에 수험생을 둔 성도 자녀들의 명단을 붙여놓고 합심 기도를 하고 있다.

한편 ‘수능 기도회 바꾸기’ 운동을 수년째 펼치고 있는 입시·사교육 바로세우기 기독교운동(입사기)은 “수능 기도회를 자녀에 대한 나의 욕심과 세속적 가치관을 내려놓고,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는 결단의 자리로 삼아야 한다”면서 “수능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