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롯데 사태 점입가경… ‘CCTV 불법사찰’ 논란

입력 2014-11-06 02:25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내홍이 CCTV를 이용한 선수 사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5일 구단의 불법사찰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한 데 이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당국의 수사와 국가 인권위원회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롯데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 선수단의 프런트 비판 성명서 발표=롯데는 올 정규시즌을 9개 팀 중 7위로 마쳤다. 김시진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신임 감독으로 공필성 코치의 내부승격 가능성이 거론되자 선수단은 집단 반대에 돌입했다. 선수단은 최하진 사장을 찾아가 공 코치 등 소위 ‘프런트라인’ 코치들과 야구를 같이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선수단은 지난달 28일 새벽 프런트의 특정인물(이문한 운영부장)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전격 발표했다. 이 부장이 중심이 된 프런트가 선수 및 코치진을 이간질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장과 공 코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적 대응하겠다며 맞섰다. 구단은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한편 지난달 31일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이종운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깜짝 임명했다. 하지만 사태가 잦아들 것이라는 구단 바람과 달리 본질을 도외시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최하진 사장의 선수 불법사찰 지시=롯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이 부장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언론에 CCTV를 통한 선수 사찰이 최 사장의 지시라고 폭로하면서부터다. 앞서 지난 5월 롯데의 원정 숙소 내 CCTV를 구단이 체크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당시 권두조 수석코치가 총대를 메고 물러나는 선으로 마무리됐었다. 선수단은 그동안 사건 주체로 권 코치와 이 부장을 의심했는데, 실제로는 구단 최고위층인 최 사장 지시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최 사장이 지난 4∼6월 선수단 숙소로 사용한 8개 호텔에서 CCTV를 통해 선수를 감시한 기록을 직접 확인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최 사장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며 이 부장과 김 감독 등에게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라고 분명히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CCTV 사찰의 불법성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게 책임을 전가한 모양새다. 특히 이 문제는 롯데의 손을 떠났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롯데 구단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 사장은 물론 이에 가담한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집단 시위에 나선 롯데 팬=팬들은 성적 부진을 넘어 사분오열된 구단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부산 롯데백화점, 서울 제2롯데월드몰, 울산 롯데백화점 등 시위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사직구장 앞에 조화를 설치해 놓은 데 이어 삭발식을 치르기도 했다.

팬들은 이날 오후 사직구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팬들과 프로야구를 철저히 기만한 롯데 구단 관계자들의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인터넷에 ‘롯데를 구하라(Save the Giants)’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구단의 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