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후폭풍으로 한국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2차 엔저 쇼크에 원·엔 재정환율이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엔 당 950원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5일 외부 강연에서 물가상승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며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까지 거듭 시사해 환율시장은 또 한번 요동쳤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이어져 엔·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도 사흘째 하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에 끼인 우리로서는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수출기업은 엔저의 직격탄을 맞아 아우성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이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단행은 우리 경제의 내수와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달러 강세는 자본유출 우려와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내수 침체를, 엔 약세는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더욱 초래해 수출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이다. ‘돈 풀기 중단’과 ‘돈 더 풀기’라는 미국과 일본의 정반대 통화정책으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으로 엔저 흐름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강(强)달러가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엔저 악영향을 일부 상쇄시키고 있지만 엔저 하락 속도에는 못 미쳐 우리 수출기업의 위기감이 크다.
문제는 정부가 뾰족한 방책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원·엔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지 않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간접 계산해 나오는 방식이라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단이 없다. 원·달러 거래를 통해 간접 개입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크다. 통화정책 당국이 돈을 풀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에 나서는 맞불 작전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과는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고,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를 확대시키는 위험을 자초할 수 있어서다. 대내외 복합적 요인들을 면밀히 분석해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대외환경 변화를 넋 놓고 쳐다볼 수만은 없다. 정부로서는 우선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등 단기 대응책을 펼치면서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아가 대외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철저한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과 기업의 기술력 강화를 서두르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지금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사설] 엔저 파고 더 거세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입력 2014-11-06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