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새 이슈 ‘무상급식 중단’ 정조준

입력 2014-11-06 02:13
3년 전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었던 무상급식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5일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무상급식은 이를 지지하는 새정치연합과 반대하는 새누리당이 정면으로 충돌해온 대표적인 서민 복지정책이다. 무상급식 문제가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중단 논란과 맞물리면서 향후 ‘이슈 블랙홀’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무상급식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야권이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등록금)’ 무상 시리즈를 전면에 내걸면서 등장했다. 새정치연합(당시 민주당)은 그해 지방선거를 이겼고,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시장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새정치연합이 여권의 ‘포퓰리즘’ 공세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국민적 검증을 받은 친서민 정책’이라 자신하는 배경이다. 2011년 주민투표의 경우 최종투표율(25.7%)이 개표 기준(33.3%)에 미달해 투표함은 뚜껑조차 못 열어봤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제2의 오세훈 사태’를 기대하며 이슈를 적극 키우는 반면, 새누리당은 여론 추이를 조심스레 살피며 반격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연합은 연말 예산정국에서 서민증세·부자감세 철회, 서민복지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무상급식 이슈가 불거지면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무상급식에서 밀리면 다른 복지정책까지 계속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과잉복지를 언급하고,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며 “이제야 복지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우리나라가 복지 과잉으로 경제위기를 걱정할 단계냐”고 비판했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홍 지사를 향해 “오세훈 전 시장이 걸어간 잘못된 길을 다시 걷겠다는 것이냐”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려면 지사직을 걸고 주민투표로 심판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홍 지사발(發) 이슈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무상급식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서울시장을 내줬던 트라우마도 갖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로 여야 대립구도가 형성될 경우 자칫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처음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방재정, 무상교육 등과 복잡하게 얽힌 이슈라는 점에서 접근은 조심스러울 전망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이 매우 어렵고 사정도 다 다르다”며 “당이 예산을 편성하라 마라 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엄기영 권지혜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