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신권 또는 동전을 교환해주던 출납 창구가 완전히 사라졌다.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돈 셀 줄 모르는 은행원들도 늘고 있다. 전산화가 바꿔놓은 풍경이지만 은행권 사무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국민일보가 5일 확인한 결과 주요 시중은행들은 전 영업점에서 출납 창구를 폐지한 상태다. 예전엔 모든 은행 영업점의 한쪽 가장자리엔 유리벽으로 둘러친 출납 창구가 있었다. 돼지저금통에 모아둔 동전을 예금하려던 어린이, 명절을 앞두고 세뱃돈에 쓸 신권을 바꿔가는 어른, 잔돈이 필요한 시장 상인들이 돈을 바꿔가던 곳이다.
그러나 은행권에 몰아닥친 사무자동화와 구조조정 한파 속에 출납 창구는 전멸했다. 돈을 바꿔주는 단순 업무에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낭비라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동전계수기에 뒤섞인 동전을 쏟아 부으면 자동으로 총액이 계산된다. 고객에게 기계 조작법을 알려주는 일은 청원경찰의 몫이다. 일부 은행 영업점들은 동전계수기를 비치하지 않고 창구에서도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주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을 찾아가라고 안내해 원성을 사기도 한다.
출납 창구는 없어졌지만 시재금을 금고에서 인출·반납하는 출납 담당 직원은 영업점별로 지정돼 있다. 시재금이란 고객 예금을 대출하고 금고 안에 남아있는 돈으로 지급준비금 역할을 한다.
자동화는 돈 세는 방법을 모르는 행원도 양산했다. 예전엔 신입 행원 교육에서 종산(縱算:왼손으로 돈다발을 쥐고 오른손으로 한 장씩 세는 법)과 횡산(橫算:부챗살처럼 돈을 펴고 세는 법) 등 돈 세는 방법을 엄격히 가르쳤지만 요즘은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일부 은행에선 행원의 기본 소양으로 강조해 여전히 엄하게 가르치기도 하지만 실제 업무에 배치되면 곧 ‘퇴화’된다. 지폐를 얹어 놓기만 하면 돈을 세주는 자동 계수기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보 동영상 제작을 위해 돈 세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는데 신입 직원들이 제대로 돈을 세지 못해 20년차 간부가 투입되기도 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선정수 박은애 기자 jsun@kmib.co.kr
“출납창구 어딨어요?”… 지폐 세던 손놀림 이젠 추억속으로
입력 2014-11-06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