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소야대] ‘집권 6년차 저주’… 우유부단 리더십에 실망

입력 2014-11-06 04:59 수정 2014-11-06 04:59

2012년 11월 공화당 밋 롬니 후보와의 격전에서 승리,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의 지지율은 54%였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끈질기게 공격해 온 공화당의 과격분파인 ‘티파티(Tea Party)’는 퇴조하는 듯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문제 해결, 광범위한 이민 개혁, 기후변화 대응 등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염두에 둔 ‘큰 구상’을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약 2년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역대 재선 대통령 대부분이 밟았던 길을 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에서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과반 의석을 공화당에 넘겨준 것이다. 재선한 미국 대통령들이 6년차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국정 장악력을 잃어버리는 ‘집권 6년차 저주(sixth year itch)’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왜 오바마 대통령은 참패했는가? 일부에서는 2년 전 8%가 넘던 실업률이 6%로 떨어지는 등 경기가 호전되는데도 민주당이 무력하게 무너진 것을 의아해한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국내외 현안을 다루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 능력에 대한 미국민들의 회의가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이 분출했다는 것이다. 무능이 문제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로스 도덧은 민주당이 곤경에 처한 데는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의 ‘실적 빈곤’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리아·이라크 위기 등 대외정책 부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유부단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각인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9월 이후 40%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분야가 대외정책이다.

특히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오바마 대통령이 금지선(레드라인·red line)으로 선언했던 화학무기를 사용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을 의회로 넘긴 것은 뼈아픈 실책으로 꼽힌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라크까지 침공하는 ‘괴물’이 됐다. 시리아 사태에서 오바마의 유약한 대응은 이후 중국의 남중국해 등에서의 도발적 행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라크가 다시 내전에 휩쓸리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군을 조기 철수시킨 오바마의 결정도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적인 국정 어젠다인 오바마케어도 불만의 대상이 됐다. 일부에서는 오바마케어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이라크전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케어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오바마케어 시행을 앞두고 혼선이 발생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테드 크루즈(텍사스·공화) 같은 티파티 성향의 상원의원들은 공화당이 상원의 주도권을 쥐고 오바마케어 폐지를 재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선진국에서 가장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경제 상황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군이 되지 못했다. 이것은 실업률과 성장률 등 공식 통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중산층들은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경제회복 과정의 ‘과실’을 부유층들이 대부분 차지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경기회복이 기대에 못 미친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