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요금 인상을 요구할 때 늘 내놓는 약속이 있다. 요금이 올라가면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아지고, 승차 거부가 사라질 것이며, 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금이 오르고 나면 그뿐이다. 한밤중 번화가에서 승차 거부는 여전하고, 요금 인상분은 사납금으로 전가된다. 이젠 아무도 속지 않는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개정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월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무리한 증차를 통해 공급과잉과 경영난에 빠져 있는 택시업계는 결코 대정부 로비를 멈추지 않는다. 버스중앙차로제 진입 요구가 무산된 뒤 택시업계는 정유업계와 함께 일찌감치 사장됐던 경유택시 도입을 다시 요구했다. 정부는 결국 내년 9월부터 경유택시를 도입하기로 하고, 연간 1만대에 한해 유가보조금 ℓ당 유류세 345.54원을 환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경유택시가 질소산화물(NOx)을 무더기로 내뿜고, NOx는 대기 중의 다른 오염물질과 2차 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최근 자동차부품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도로주행에서 유로-6 경유그랜저2.2디젤의 NOx 배출량은 ㎞당 0.18g으로 LPG차량(K5)의 30배에 달했다. 게다가 택시는 하루 주행거리가 일반 승용차의 16배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석면, 비소와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에 1만7177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특히 현재의 오염수준에서 이들 폐암 사망자의 21%는 미세먼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유택시 도입은 무엇보다 그간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했고, 앞으로도 5조원을 들일 계획인 수도권 대기 질 개선노력에 역행한다. 같은 정부 안에서 환경부는 친환경차량 보급 등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국토교통부는 발암물질을 쏟아붓는 경유택시를 도입하겠다는 상호모순적 정책 중 하나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 무리한 증차에 따른 경영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택시 업계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경유택시
입력 2014-11-06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