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국내 입양과정 조속히 보완하라

입력 2014-11-06 02:27
울산지방경찰청은 생후 25개월 된 입양아 A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 김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겠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A양의 온몸을 철제 옷걸이 지지대로 수십 차례 때려 이튿날 숨지게 했으며, 평소에도 매운 고추를 잘라 넣은 물을 마시게 하거나 샤워기로 온몸에 찬물을 뿌렸다. 김씨의 잔혹한 범행수법도 충격적이지만 김씨가 입양 과정에서 재산을 부풀리거나 직업을 위조한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아무 문제 없이 입양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입양 심사를 엄격하게 했다면 이런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김씨는 두 친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지난해 12월 대구의 아동보호센터에서 A양을 입양하려고 부동산임대계약서와 재직증명서 등을 함께 제출했다. 하지만 이 서류들은 모두 김씨가 위조한 것이었다. 위조한 계약서만 보면 그는 부동산 임대보증금이 총 1억4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살림살이는 주택 월세가 약 10개월이나 밀리는 등 형편이 어려웠다.

그는 또 경제 활동을 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를 제출했으나 이 역시 수년 전 서류를 위조해 만든 것이었다. 현행법은 입양 부모의 자격조건으로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넉넉한 재산과 전문적 직업이 있는 것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입양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때 김씨 부부는 2년 동안 별거 중이었지만 이런 사실도 숨겼다. 경찰은 김씨가 입양 지원금을 타기 위해 A양을 입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입양은 ‘입양을 원하는 부모의 신청과 서류 제출→입양부부 가정조사→가정법원의 입양허가→입양아 인도와 사후관리’ 등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가정조사는 예고 방문과 불시 방문 등 최소 2회 이상 이뤄진다. 하지만 김씨 부부가 별거 중이었다는 사실, 재산을 부풀리거나 직업을 위조한 사실 등 사전에 아무것도 걸러지지 않았다. 입양된 이후 부모와 입양아의 상호 적응상태 관찰 등 사후관리도 부실했다. 입양특례법이 2012년 개정되면서 입양 절차가 강화됐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입양 관련 기관들은 양부모가 입양 아동을 잘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서류가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을 더 신중히 심사해야 한다. 입양 후에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사후관리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는 입양 절차가 최대 6개월 정도면 끝나지만 미국의 경우 개별·집단 상담 병행, 이웃 의견 청취 등 1년에 걸쳐 치밀하고 다양하게 진행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비공개 입양’의 경우 부모 자격에 대한 검증과 심사가 오히려 제한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절실하다. 입양 부모에 대한 사전, 사후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