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특정 팀에 강한 선수를 ‘천적’이라 부른다. 한국시리즈에서 넥센 히어로즈가 4일 천적들의 활약으로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 라이온즈도 천적들이 대 반격을 준비 중이다.
정규시즌에서 넥센 선수 중 삼성에 강했던 인물은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삼성전 15경기에 출장해 53타수 19안타, 타율 0.358에 4홈런 7타점으로 활약했다. 마운드에선 조상우가 철벽이었다. 조상우는 삼성전 4경기에 나와 16타자를 상대로 69구를 던지며 안타 두 개를 내줬을 뿐 자책점은 ‘0’이었다.
에이스 앤디 밴헤켄도 삼성을 상대로 24⅓이닝 동안 6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다. 밴헤켄의 특정 팀 상대 평균자책점 가운데 가장 낮다.
이밖에 김민성은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타율 0.370을 기록해 삼성전에서 가장 강했다. 특히 대구에서 0.391의 타율로 가장 높은 특정 구장 타율을 마크했다.
넥센은 이런 천적들의 활약으로 1차전에서 이겼다. 강정호는 1차전에서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무사 1루에서 삼성의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의 바깥쪽 슬라이더(133㎞)를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결승 2점 홈런을 터트렸다. 강정호는 이 홈런으로 1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신인 조상우는 7회에 등판해 겁 없는 투구로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뽑으며 무안타 무실점을 깔끔하게 틀어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20승 투수 밴헤켄도 6이닝을 3안타 2실점으로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삼성에선 넥센의 천적으로 최형우와 장원삼이 버티고 있다. 4번 타자 최형우는 넥센전 16경기에서 타율 0.404를 거뒀다. 시즌 타율 0.35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57타수 23안타에 홈런 7개를 때려내 16타점을 쓸어 담았다. 삼성 타선에서는 상대 타율 0.387의 박한이, 0.359의 박해민도 넥센에 강했다.
넥센의 핵타선을 봉쇄할 삼성 마운드의 희망은 장원삼이다. 장원삼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4.11이지만 넥센전 3경기에서 2.70, 2승1패를 기록하며 20이닝을 6자책점으로 틀어막았다.
다만 삼성은 천적들이 1차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벌이지 못했다. 최형우는 4타수 무안타의 빈공에 시달렸다. 삼진도 한 개를 허용했다. 박한이와 박해민은 나란히 안타 하나씩을 때려냈지만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들의 활약이 떨어지는 것은 경기 감각 때문이다. 삼성은 정규리그 최종전인 지난달 16일 KIA 타이거즈 경기 이후 19일 만에 실전 경기를 치렀다. 이에 삼성은 3회말 나바로의 홈런 이후 9회말 1사 후 채태인의 안타까지 무려 19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따라서 경기를 치를수록 천적들의 활약이 돋보일 전망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리가 1차전에서 패했기 때문에 경기감각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내가 천적이다… ‘영웅 무는 사자’ vs ‘사자 잡는 영웅’
입력 2014-11-06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