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소란스럽던 쉬는 시간이 끝났다. 잠시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지적장애 학생들이 미술 수업이 시작되자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그림을 그리고 찰흙을 빚는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홀트학교 미술교실에서 6명의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입체화하는 내용으로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멘토링에 참가한 권치규 한국구상조각협회장과 최문희 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의 도움으로 4월부터 매달 1회씩 서양화와 인물화, 조각 등 다양한 미술 체험을 한 학생들이 전시회 출품작을 마무리짓는 중이었다. 홀트학교는 지적장애 학생들의 교육기관으로 유치원부터 전공 과정까지 직업적 자립과 자활을 도와주는 특수학교다.
한 달 내내 멘토 선생님들이 오시는 날만 기다렸다는 임진규(14)군은 “원래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그리니 더 잘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임군은 “이 수업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지막 수업을 아쉬워했다.
“뒤에도 눈이 달리면 이상하잖아요….” 사람 조각 뒷면에 앞과 똑같이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에 최호림(17)군이 의아해한다. 옆자리의 주찬이(11)군은 밑그림 없이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을 자유롭고 다양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종이로 버스 만들기와 그리기를 좋아하는 최지훈(17)군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버스를 만드느라 열심이었다. 최군이 특히 좋아하는 선생님 책상엔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종이접이 버스가 잔뜩 쌓여 있다.
수업을 지도해 온 권치규 회장은 “아이들이 색감과 입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상상력이 참 풍부하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마다 기대 이상이어서 멋진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JW중외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예술적 재능이 있는데도 장애 때문에 정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들의 재능 계발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홀트학교에서 ‘홀트미술꿈나무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등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에 초점을 맞춘 나눔 활동의 또 다른 형태다. 학생들이 1년 동안 수업하며 완성한 작품들은 이달 18일까지 서울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열리는 ‘제4회 JW중외 영아트 어워드 전시회’의 부대행사 ‘장애인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멘토링 수업은 마무리됐지만 오늘도 홀트학교 미술교실에선 장애 학생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선사할 감동의 메시지를 빚어내는 중이다. 남다른 감각으로 장애를 뛰어넘은 이들의 예술적 열정에선
결코 ‘장애’를 찾아볼 수 없다.
고양=사진·글 이병주 기자ds5ecc@kmib.co.kr
[앵글속 세상] ‘장애’ 위에 꿈과 희망을 색칠하다
입력 2014-11-06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