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소야대] “김정은 정권 손봐야” 공화당 매파들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14-11-06 02:11
미국 의회권력을 장악한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경한 대외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통령은 의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또한 미국은 전통적으로 외교정책을 초당파적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힘을 바탕으로 한 대외 강경노선이 주류인 공화당의 상원 장악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추진에 껄끄럽고 복잡한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제임스 린제이 미 외교협회(CFR) 선임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의회는 대통령에게 외교정책 방향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권한을) 제약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대(對)북한 정책의 경우 현재의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동북아 안보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공화당 노선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행정부에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더욱 강력히 대응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재 이행법안(HR 1771)’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달러 등 경화 획득이 어렵게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무부로 하여금 주민 인권 유린에 관여한 북한 관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포함됐다. ‘이란 제재법’을 본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크게 퇴색해 제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어떻든 정치적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문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 법안이 이번 회기에 폐기되더라도 새 의회가 들어서면 공화당이 비슷하거나 더 강한 북한 제재 규정을 담아 비슷한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해 온 이란과의 핵 협상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린제이 선임부회장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조건으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방안을 협상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회의 협력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며 “그러나 친이스라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이 막바지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과의 무역자유화에 적극적인 공화당이 상원까지 장악함에 따라 진통을 겪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자유화 협정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과 TPP 협상에서 일본은 미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TPA)을 부여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며 “민주당은 노조 등을 의식, TPA에 반대했지만 공화당이 상원까지 차지함에 따라 TPA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예산 감축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국방예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