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김형식 교수 “장애인은 보호 대상 아닌 인권의 주체돼야”

입력 2014-11-06 02:19
UN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인 김형식 교수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에서 참석자들에게 장애인 인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의학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장애인 판정·등급제, 정신병원 강제 입원치료, 보험 가입 자격을 의사표현이 가능한 장애인으로 제한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UN 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CRPD)가 지적한 국내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라는 것을 다들 알고 계셨나요.”

한국인 최초 UN CRPD 위원인 김형식 한반도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 본부에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의 인권 제고’ 강연에서 청중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장애인 단체 종사자나 후원자,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에게 ‘장애인 인권’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행사는 지난 7월 김 교수를 밀알복지재단 전문위원으로 위촉한 밀알복지재단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소개와 필요성, 한국의 협약 이행 보고서에 대한 UN CRPD의 심사 결과에 대한 견해 등을 밝혔다. UN CRPD는 지난달 17∼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정부가 제출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심의했다.

UN CRPD는 보고서 심의후 제시한 최종 견해에서 정부가 인권의 주체로서 장애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일 것과 정신병원에 수용된 이들의 강제치료 조치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많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의무고용할당제가 있음에도 장애인 실업률이 높은 데 우려를 표하는 등 장애인 근로와 고용에 있어 실효성 있는 조치를 권고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나, 비인도적 제도 및 고용 개선과 같은 UN CRPD의 권고사항은 한국 사회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고사항을 이행치 않으면 국제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앞으로 법이나 정책 등에 이를 반영코자 점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은 ‘보호받는 존재’ ‘박애·자선·시혜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먼저 사회복지사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인권 문제는 시민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 장애인 단체 종사자들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소수자 문제’로 치부돼 왔다”라며 “사회복지사부터 인권감수성을 높여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차별이나 인권 침해를 느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회지도자들이 장애인 인권 개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부호주한인교회 장로이기도 한 김 교수는 “장애인도 하나님이 지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목회자들이 앞장서 교인에게 설교로 알렸으면 한다”며 “장애인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 키우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인 권리 전문가인 김 교수는 2011년부터 UN CRPD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재활협회 한국지부 회장, 장애인권리협약 성안 회의 한국 NGO 대표를 역임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