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윤조] 아세안,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입력 2014-11-06 02:20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자면 아세안이 ‘핫’하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의 연예인 배낭여행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이들이 방문했던 라오스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라오스뿐만 아니다.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등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과거 냉전시대 공산권에 속했던 이 국가들이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아세안의 10개 회원국은 지난 한 해 우리 국민 460만명이 방문한 최대 해외여행지가 됐다.

관광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아세안 회원국들은 연 5% 내외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아세안은 교역량의 급격한 증가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제치고 우리나라 제2의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고 투자와 건설수주 등에서도 핵심 경제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되면 인구 6억명, 국내총생산(GDP) 2.4조 달러의 단일시장이 가까운 이웃에 형성된다.

외교 분야에서도 아세안의 위상은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 미·중 간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주장하는 중국, 그리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이해가 아시아에서 부닥치는 가운데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변 강국들의 아세안에 대한 구애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세안은 이제 우리 외교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일본과 대국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분명히 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아세안과 같은 역내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의 외교는 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4강에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중견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우리 외교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제한된 외교 인력과 자원으로 북핵 문제나 세계경제 위기 등 당면 문제의 해결을 우선하다 보니 4강에 집중된 외교력을 확장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로 우리나라가 아세안과 부문별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25주년이 된다. 1989년 대화관계 수립을 시작으로 97년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2009년에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다. 2010년에는 한·아세안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등 우리나라와 아세안은 지난 25년간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꾸준히 발전해 왔다.

오는 12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박근혜정부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다자정상회의로 아세안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다 심화·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에 앞서 양자 간 경제협력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또한 유엔이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무대에서 북한 핵 문제 등 정치안보 이슈에 대해 아시아 역내 국가인 아세안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를 이루어 나가자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의의 공식 슬로건이 ‘신뢰 구축과 행복구현(Building Trust, Bringing Happiness)’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과 아세안이 상호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함께 성장하는 성공 파트너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심윤조 새누리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