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된 국내 시판 자동차의 표시연비를 확인하면 경차를 제외할 경우 고효율 연비 상위 순위는 대부분 수입차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i30 1.6 디젤 모델만이 선전하고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디젤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들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고효율·친환경의 연비 개선 없이는 글로벌 리더는커녕 결국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의 연비 만족도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격차가 현저하다. 자동차 관련 리서치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가 4일 공개한 연비 만족도 조사 결과 국산차의 연비 만족도 평균은 57.2점, 수입차는 74.2점으로 수입차 평균이 국산차보다 17.0점이나 높았다. 국산 하이브리드차 연비 만족도는 69.2점으로 수입 하이브리드차 연비만족도(86.7점)에 비해 17.5점이 떨어졌고, 국산 휘발유차 연비 만족도 역시 56점으로 수입 휘발유차 연비 만족도(61.5점)에 미치지 못했다. 자동차 브랜드별 조사에서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60.7점으로 국산차 중에서는 연비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는 푸조가 86점, 폭스바겐이 85.5점, BMW와 렉서스의 연비 만족도는 78.8점과 75.3점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년간 새 차를 산 소비자 2만2815명에게 이메일로 연비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다.
마케팅인사이트 측은 “국산차가 수입차의 연비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면 수입차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국내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사상 최초로 15%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연비가 좋은 수입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 개선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현대차는 연료효율이 지금보다 20% 이상 높은 고연비 가솔린 엔진(GDCI)을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신개발 파워트레인 발표회를 통해 3기통 카파 1.0 터보 GDI엔진, 모터 일체형 전륜 구동 6속 하이브리드 자동변속기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수입차들과의 연비 기술 격차는 여전하고, 일부 중·대형차의 경우 유럽·일본차와 경쟁하기에는 연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 디젤 엔진은 유럽차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가솔린 엔진도 일본 회사들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연비를 줄이기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승용차 연비 논란] 친환경 연비 개선 없이는 글로벌 시장서 도태 우려
입력 2014-11-05 03:00 수정 2014-11-05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