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해철씨 사망 원인으로 내장의 천공(구멍)이 지목돼 의료사고일 가능성이 커졌다. ‘내장 천공’ 의료사고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수술 후 천공 등이 생긴 것을 병원이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상급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경우’도 병원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다.
김모씨는 2010년 9월 14일 경북 포항의 A병원에서 복부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 직후 구토를 하고 복통을 호소했지만 병원 측은 그대로 퇴원시켰다. 병원은 사흘 뒤 김씨에 대해 혈액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적혈구 수치 등이 모두 정상보다 낮았지만 별 조치는 없었다. 김씨는 수술 닷새 후에야 대구의 대형병원인 B병원으로 옮겨졌다.
B병원도 김씨에게 항생제만 투여하면서 9일을 허송세월했다. “장기 손상은 없었다”는 동네병원의 말만 믿은 것이다. B병원은 9월 28일 CT 검사를 했지만 소장 천공을 발견하지 못했다. 10월 1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소장 천공에 따른 패혈증으로 숨졌다. 김씨 측의 보험료 6600여만원을 지급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병원과 B병원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월 두 병원의 의료과실을 모두 인정하고 “공단에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병원이 혈액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씨가 일찍 상급병원에 옮겨졌다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A·B병원은 별도의 민사재판에서 “김씨 유족에게 1억2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A병원 의사는 지난 6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됐다.
신해철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첫 수술 후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으나 5일 후 심정지가 발생한 뒤에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씨에 대한 S병원의 후속 조치가 적절했는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수술 후 이상 발견했는데 조치 안했을 때 병원 책임
입력 2014-11-05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