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4일 미국 시장에서의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해 1억 달러(1076억원)의 벌금(civil penalty)을 내기로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합의했다. 미국의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의해 부과된 벌금 가운데 최대 금액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온실가스 규제 차원에서 적립한 포인트 중에서 2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475만점(현대차 270만점, 기아차 205만점)을 미국 환경보호청과 법무부에 의해 삭감 당했다. 현대·기아차가 연비 논란과 관련해 부담해야 할 돈은 3억 달러다.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논란은 2012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자동차 딜러 전시장에 부착된 스티커에 연비를 실제보다 과장해 표기했다는 의혹이었다.
조사에 착수한 환경보호청은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표시된 것보다 갤런(3.8ℓ)당 1∼4마일(1.6∼7.2㎞)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절차상 규정과 시험방법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환경보호청의 연비 시정권고를 받아들였다. 싼타페, 벨로스터, 엑센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등 13개 차종이 시정 대상이었다. 또한 연비 변경 이전에 해당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해 매년 88달러(9만5000원)씩 10년간 유류비 명목으로 직불카드를 지급하는 보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미국 소비자들 일부는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소비자들에게 최대 3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현대·기아차는 1억 달러 벌금과 관련, “이번 합의는 2012년 연비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라며 “연비 측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판매활동 등에 집중하기 위해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비 과장 논란이 이어지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합의의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7월 8.3%에서 8월 7.9%로 하락한 뒤 9월 7.7%를 기록하는 등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 활동도 현대·기아차의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논란 관련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선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정부가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연비 측정 기준을 통일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한 정부 공동고시안이 이달 중 발표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연비에 대한 정부 공동고시안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정부의 연비 측정 기준이 현실화되면 자동차 업체들의 연비 기준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자동차 리콜, 과징금 등의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연비 사후관리를 맡은 만큼 자동차 업체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유성열 기자 dynam@kmib.co.kr
현대·기아자동차, 미국내 연비과장 표기 1억 달러 벌금
입력 2014-11-05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