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회피하는 한국교회, 십자가 정신 붙들어야”

입력 2014-11-06 02:24 수정 2014-11-06 15:09
D A 카슨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연구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교회에서 열린 목회자 신학 세미나에서 “한국교회는 복음으로 인한 고난을 기쁘게 여기며 종말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DB
그는 강의 도중 “잠시 외부인으로서 한국교회에 말할 게 있다”면서 운을 뗐다. 카슨 교수는 “요즘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핍박을 받는다면 기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이 시대 교회는 교리주의와 종교의식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10∼20년 전에 비해 영향력을 잃고 있다. 도덕적 타락과 세속화, 이기주의의 득세 때문”이라며 “이제 선택해야 한다. 타락한 교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복음의 능력으로 무장해서 십자가를 붙들고 가겠는가”라며 물었다.

이날 그의 강의 제목은 ‘종말 시대의 신실한 사역’이었다. 디모데후서 3장1절∼4장8절 말씀을 강해하면서 목회자들이 추구해야 할 것을 소개했다. 디모데후서 3장 초반부에 따르면 말세의 특징은 18가지로 요약된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한다.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한다. 감사하지 않고 거룩하지 않으며 무정하다. 원통함을 풀지 않으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한다. 사납고 선한 것을 싫어한다. 배신과 조급, 자만과 쾌락은 마지막 때의 ‘민낯’이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없다. 성경은 이 같은 자들에게서 돌아서라고 말한다.

카슨 교수는 우선 옳은 가르침을 붙들고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리더를 따라가야 합니까. 영적 리더인가요, 아니면 돈을 사랑하는 리더인가요. 박해와 고난이라는 요소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르고 싶은 리더가 고난과 역경을 말하지 않는다면 과연 따라가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그는 교회 내 영적 멘토링이 중요하다며 신학과 말씀, 경건의 능력을 가진 멘토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교회 상황에서 신앙 경륜이 있는 시니어 그룹이 청년대학부의 멘토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기독교적 정서 확산과 그리스도인에 대한 공격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교회를 항상 환영할 것이란 잘못된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말세에는 경건하게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을 반대하는 사람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을 미워해야 하지만 놀라서는 안 된다”며 “복음의 능력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원천인 성경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고 했다. 카슨 교수는 이 대목에서 가정예배와 부모의 기도에 대해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며 “성경 스토리는 나의 영적 유산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장 나쁜 환경은 비기독교적 가정환경이 아니라 경건은 있는데 능력을 체험하지 못하는 기독교 가정”이라며 “목회자였던 나의 아버지는 매일 무릎을 꿇고 성도를 위해 45분간 기도했다. 부친의 기도로 내 믿음의 확신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카슨 교수는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 시절엔 궁핍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 물만 먹었다는 이야기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경을 원망하지 않았고 부친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영향 탓에 그는 신학자이면서도 목회자와 전도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쓰면서도 목회를 병행했고 캐나다 신학교 사역을 접고 한때 목회를 했다는 그의 얘기는 유명하다. 그가 50여권의 저서를 펴내고 변증가로서도 활동했던 것은 이 같은 목회 현장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강의를 들었던 1000여명의 한국 목회자들에게 복음의 뜨거운 불길이 있느냐고 도전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다른 것을 원했습니다. 심령 가운데 일어나는 불길입니다. 사도 바울은 믿는 자들의 능력의 원천은 거룩에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거룩은 사랑과 자기통제의 훈련에서 나옵니다.”

카슨 교수는 캐나다 맥길대에서 화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센트럴뱁티스트신학교(M.Div.)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연구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산상수훈 연구’ ‘킹제임스버전 성경의 오류’ ‘그리스도인의 정의’ 등 다수가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