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부·방사선 필름·환자 상태 진단서, 의료사고 의심 땐 가장 먼저 챙겨라

입력 2014-11-05 02:58
'유명 연예인도 저런데….'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료사고 논란을 보며 '만약 나였다면…'이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의료과실 여부가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그대로 화장을 했다면 이번 부검에서 밝혀진 사실은 묻혀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일이 나에게, 내 가족에게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면 가장 먼저 '진료기록부' '방사선 필름'(CT·X선 등) '환자상태 진단서' 등 세 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진료기록부는 병원마다 양식이 다르고 종류도 많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가족연합회 이진열 회장은 4일 “증세에 따라 응급실 기록지, 외래 기록지 등 수술·진료 관련 서류가 20∼30가지씩 되는 경우도 있다”며 “환자 가족은 병원에서 주는 서류가 전체 진료기록인지, 일부만 내준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전문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의심될 경우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뒤 진료기록을 받아두는 것도 중요하다”며 “제삼자인 병원의 진료기록은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류를 확보해도 의료사고임을 밝히기까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의료행위에 부주의·태만 등 과오가 있고 이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음을 환자 측이 입증해야 한다. 이 회장은 “전문기관 또는 법조인의 도움을 받거나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소송은 일반 소송에 비해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 승소해도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비용을 제외하면 실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소송에 앞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중재원을 통해 병원과 환자가 합의한 비율은 90.1%였다. 다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병원이 중재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발생한 수술사고 의료분쟁 328건을 분석했더니 10건 중 7건은 의료진 잘못이었다. 의사의 수술 잘못이 127건(38.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설명 미흡 41건(12.5%), 수술 후 관리 문제 38건(11.6%) 등이었다.

한편 신해철씨의 장협착 수술을 집도한 S병원 측 변호사는 “신씨의 심낭에 천공이 생긴 것은 병원에서 시행한 복부 수술과 무관하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내용만으로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신씨의 심낭에서 깨와 같은 이물질이 발견된 데 대해 “원래 먹어선 안 될 음식을 드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수술 후 이틀간 입원해 있을 때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이후 외출·외박을 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했고 그래서 (장이) 터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측은 “지난달 22일 응급수술 당시 신씨의 심낭에는 오염물질이 가득 차있어 이를 빼내는 배액술을 실시했다. 이미 심낭에 천공이 생겨서 복막에 생긴 염증이 횡격막을 통해 올라왔다는 의미”라며 S병원 측 주장을 재반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